△ 구안와사는 주로 풍한으로 발병하며 한의 치료로 좋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사진©AdobeStock_sframe
주로 ‘풍한’으로 오는 ‘구안와사’, 양방보다 한의 치료가 더 효과적
침-지창혈~턱관절 주변 협거혈 관통
약-증상 따라 견정산, 단치소요산, 가미보중익기탕 등
지난달 중국의 한 대학부속 정형병원을 방문했다가 많은 안면 마비환자들을 보았다. 계절상으로도 안면 마비환자가 많이 발생 할 수 있어 이번달에 살펴 보기로 한다.
▲ 주요 원인은 풍한
갑자기 한쪽 얼굴이 마비되어 눈을 완전히 감을 수 없는 안면마비 환자는 양치질할 때 물이 흐르면 중풍(뇌졸증)을 염려해 찾아오곤 한다. 물론 중풍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 ‘와사풍’, ‘와벽’, ‘구와’, ‘구금안합’이라 한다.
원인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임상에서 보면 대개 몸이 피로하거나 신경을 쓴 후 혹은 찬바람을 쏘인 후 발생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의학에서 안면마비의 원인은 찬바람 같은 외기의 영향(‘풍한’은 찬 기운과 바람을 뜻함. 하절기에 선풍기를 장시간 직풍을 받거나 여행 중 차창을 열고 잠을 자거나 목침이나 다듬이돌, 바위나 돌을 베고 잘 때, 특히 음주 후 습하고 냉한 곳에서 잠을 잔 후 구안와사 발병), 담(痰)이나 어혈(瘀血) 같은 병적 산물 및 신체 허약 등으로 안면에 분포된 경락(經絡)에 기혈순환이 안돼서 발병한다고 본다.
치료는 이 같은 병적 조건을 제거해 경락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게 관건이다.
▲ 실증과 허증으로 분류
또한 과로와 스트레스, 신경 쇠약, 급격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 등 그 원인이 다양화되고 있고, 한의학에서는 이를 병의 원인에 따라 실증과 허증으로 나눈다.
실증은 갑자기 충격을 받아 얼굴에 일어나는 마비다. 보통 증상이 심하고 얼굴에 통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증은 심신이 허약한 과로가 겹쳐 발병하는데 초기엔 귀 뒤쪽에 통증이 오면서 입이 돌아가고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증은 갑작스레 찾아 들지만 허증은 안면에 뻐근한 느낌이 들거나 씰룩씰룩 거리는 미세한 경련 등 전조증상이 따른다.
『동의보감』에서는 “구안와사 혹은 안면경련은 위장병에 속한다”고 했다. 안면경락 대부분을 위장 경락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안와사가 오기 전에 크게 체한 병력이 있는 환자가 많고 평소 소화불량과 메슥거림을 자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 기타 안면마비의 원인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대뇌 7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여러 원인으로 마비되어 한쪽 안면근육에 마비를 일으킨다. 인구 10만명당 약 10-30명이 발생하고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임산부도 발생하나 여자가 남자보다 1.5대1의 비율로 약간 많다. 한의학에서는 한랭한 외부기후로 발생한다고 본다.
뇌졸중도 안면마비가 올 수 있으나 얼굴근육을 지배하는 안면신경이 뇌에서 시작하는 부분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와 증상이 다소 다르며 다른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
외관상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한쪽 얼굴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없지만 만일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으면서 아래쪽 얼굴에만 마비가 있다면 뇌졸중(중풍)과 같은 뇌 속의 병을 의심한다.(뇌졸중은 흔히 반신마비, 삼키기 장애, 발음장애, 걸음걸이 이상 같은 증상이 동반돼 감별 가능)
안면 마비의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치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가면역 과정에 의한 신경염으로 생각된다.
▲ 구안와사의 증상
얼굴 한쪽이 마비되는데 감각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발생 전에 귀 뒤쪽으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진행하면 눈이 잘 안 감겨서 세수할 때 비눗물이 들어가거나 눈물이 잘 안 나고 먼지가 쉽게 들어가 눈이 따갑게 느껴진다.
웃을 때 마비된 쪽의 입이 움직이지 않아 입이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은 가장 흔하다. 마비된 쪽의 혀에 감각이 떨어지고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일도 자주 동반되는데 대개 며칠 지나면 좋아진다.
또 소리가 울리면서 크게 들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일곱 번째 뇌신경인 안면 신경의 마비로 발생한다.
뇌졸중이나 기타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마비와 Bell’s Palsy는 서로 다른 증상을 보인다. Bell’s Palsys는 눈과 입 모두 마비 증상을 보이지만 뇌졸중은 입 주위 근육의 마비만 보일 뿐이다. 이것이 절대적이진 않지만 두 증상을 감별하는 중요한 차이다. 간혹 얼굴 양쪽에 동시 마비가 올 수 있는데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안면 마비 환자들의 약 60~70%는 별 치료 없이도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불완전하게 회복되어 마비가 남기도 하고 마비가 회복되면서 서서히 안면 경련이 심해지거나 입을 벌리면 눈이 감기는 ‘동시 운동증’, 식사할 때 눈물이 나는 증상 등 여러 형태가 있다. 후유증의 원인은 안면 신경의 회복 과정에서 정상 통로가 아닌 잘못된 신경 기능을 갖기 때문이다.
▲ 양방적 진단 및 치료
진단은 근전도 검사(신경 검사)가 도움된다. 마비가 발생하고 3주가 지난 시점에서 검사상 심한 마비가 남아있으면 이비인후과적 수술 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성상신경절차단치료는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안면 마비와 경련에 반복 시행하면 효과적이라 한다. 와카스키(若杉)가 고안한 안면신경 천자 압박술은 경유돌공을 통해 나오는 안면신경 줄기에 직접 바늘을 꽂아 물리적 압박을 가해 심한 경련의 안면신경 마비를 일으켜 치료하나 일정기간(평균 10개월, 3~10년까지도 간다)만 유효하다.
또한 보톡스를 근육국소에 주입하기도 하는데 약 3개월 정도의 짧은 효과와 반복적 주사로 인해 효과가 감소하며 일시적 안면 약화, 안검하수, 눈 자극, 용량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고 침 치료와 병행할 수도 없다.
이 밖에 자네트(Jannetta)식 수술은 현미경 하에서 신경압박을 줄여주는 안면신경 감압술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이나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반대측(건강한 쪽) 청력장애가 있을 때에는 수술을 할 수 없다.
▲ 한의학적 치료
발병초기에 급격히 입과 눈이 삐뚤어지고 아래 턱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고 으슬으슬 추우면서 미열이 있으면 풍담(風痰)이 경락을 막아서 발병한 것으로, 견정산(牽正散)을 써서 풍담을 없애고 경락 소통을 원활히 하면 효과가 있다.
평소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뛰고 옆구리가 결리는 증상을 겸했다면, 단치소요산(丹梔逍遙散)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비를 푼다.
구안와사가 오래 됐는데 잘 낫지 않으면 기혈(氣血)이 허약해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다. 얼굴이 창백하고 어지러우며 빈혈이 있으면 혈허(血虛)이므로 보혈(補血) 약을 쓰고,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하며 입맛이 없는 등 기허(氣虛)하면 보기(補氣) 약을 쓴다.
급성기에는 산풍통락(散風通絡) 시키는 가미보중익기탕류의 약물을 주로 사용한다. 내복약 외에 여러 약물을 배합해 병처에 붙여 신경을 자극, 마비를 푸는 방법도 있다.
침은 주로 마비된 쪽 입술 끝부분에 있는 지창혈에서 턱관절 부위의 협거혈을 관통하는 침법을 주로 응용하나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주로 쓰는 혈은 지창, 청궁, 협거, 승장, 사백, 근축, 천주, 대종, 수삼리, 양릉천, 간유, 영향, 대영, 예풍, 청회, 하관 등이다.
이 외에 거울을 보며 안면근육 동작을 취해 근육 흐름에 따라 마사지 하거나 주요 경혈 부위를 지압하는 것도 좋다.
윤재홍 교수(남가주 한의대)
<구안와사 회복을 위한 운동치료 10가지>
- 눈썹을 올렸다가 눈썹 사이를 찡그린다.
- 눈을 꽉 감았다가 크게 뜬다.
- 코를 찡그리고 비공을 확장한다.
- ‘아, 에, 이, 오, 우’ 하고 발음한다.
- 입으로 빨대를 빨아본다.
- 웃다가 찡그리고 윗입술을 올려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다.
- 얼굴 전체를 찡그린다.
- 입술을 다물고 볼을 확장한다(양쪽, 좌측, 우측으로 번갈아 가며 확장)
- 휘파람 불기, 촛불 끄기, 풍선 불기를 한다.
- 아픈 쪽 치아로 껌을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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