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헹키 림(44)은 지난 3월 응급실에서 겪은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고열, 기침 증상을 보이는 응급 환자에게 다가갔다가 졸지에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방호막을 쓴 림의 면전에 침을 뱉고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왔다”며 고함을 쳤다. 간호사로 일해온 10년 동안 이날 같은 차별을 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림은 회고했다. 림은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여러 매체들은 20일 미국 내 아시아계 의료진들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치료하는 와중에 단지 아시아계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에 시달린다고 보도했다. 중국발 코로나 확산 이후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언어폭력과 물리적 공격에 노출됐는데, 아시아계 의료진마저 이 같은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보건·의료 종사자 중 아시아계는 의사 중 18%, 간호사 중 10%를 차지한다. 전체 인구 중 아시아계 비중(6%)을 훌쩍 웃돈다. 특히 3월 중순 이후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와 공격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특히 여성 피해가 남성의 두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신고 유형은 주로 침 뱉기, 찌르기, 탑승 거부 등이다.
특히 아시아계 의료진들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마저 환자들의 욕설과 조롱, 진료 거부 등을 겪고 있다. 이들 의료진은 코로나와 싸우는 동시에 혐오 범죄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꺼번에 두 명의 적과 맞선 것이라고 그 고충을 토로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점 등이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본다며,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사의 발언과 행동은 그만큼 큰 무게를 가짐을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리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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