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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y 1, 2024

최락완 교수의 한의철학 ⑩ 최면(催眠)

△ 최면을 한의 치료에 이용하면, 환자와의 관계가 더욱 좋아져 치료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Dollarphotoclub_Kirill Kedrinski

 

작은 무의식부터 본격 기법까지 300여 질환의 치료 

 

최면(hypnosis)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잠’ 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잠의 신’을 의미하는 ‘hypnos’에서 유래되었다.

사전적 의미로는 ‘잠이 들게 함’, ‘암시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이끌어 낸 잠’에 가깝다. 고대 문헌 에서는 인류 초기부터 시작해 당시 종교지도자, 샤먼, 주술사, 영 능력자들이 최면으로 환자를 치료했다. 현재 역시 우리가 알게 모르게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18세기 오스트리아 의사인 메즈메르(Franz Anton Mesmer, 1784-1815)는 최면을 임상적∙학술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동물자기설’을 주장했고 ‘메저머리즘(Mesmerism)’이란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했으며, 이 용어는 지금도 최면과 같은 의미다.

제 1~2차 세계대전 이후엔 전쟁 참가자들의 신경 치료에 최면이 유용하다는 것이 인정되면서 관심이 점차 확대됐다. 1958년엔 미국의학협회가, 1960년엔 미국심리학에서 정식 인정을 받아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를 주축으로 환자들의 심신치유 기법으로 발전해왔다.

최면은 크게 광의와 협의로 나뉘고, 자기최면과 타인최면으로도 구분한다. 또한 선최면 후최면 등 기법이 다양한데 엄밀하게는 여러 기법이 함께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 광의의 최면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다양하게 나타난다. TV 드라마를 열중해 본다든지 책을 읽으면서 홀딱 빠진다든지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호감 가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 웃는 사람을 보고 같이 따라 웃는 것 등이다.

예를 들어 소녀아이들이 노는 곳에 가서 특정 아이를 지목해 “얘 운다, 운다. 운다” 하면 얼마 안 가서 그 아이가 괜히 울게 되고 옆에 있던 아이들도 따라 우는 것이다.

이런 행동들이 광의적 최면의 사례다. 최면은 어려운 게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다반사로 나타난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나 타인이 무언가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며, 현혹되고 현혹시키는 것이다.

식사 전의 기도를 혼자 하면 자기최면, 같이 하면 집단최면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잘못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좋은 면으로 활용하면 한 없이 좋고 나쁜 쪽으로 활용하면 한 없이 위험하며, 우리 모두가 이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 협의의 최면

소위 ‘최면술’로 불리는 것으로, 대개 정신 및 심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우울증, 피해망상증, 과대망상증, 트라우마 등을 치료하는데 상당히 효과가 좋다. 단지 최면기법만으로 300여 개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만큼 활용범위가 넓다.

최면 유도 방법은 여러 가지 기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음 상태가 준비돼야 한다.

잠들기 직전의 나른함처럼 심신을 최대로 이완시킨다. 요가나 명상, 종교인들이 염불이나 묵상, 기도할 때 등의 상태로, 겉모습만 보면 수면과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의식 수준에서 내담자가 기능케 하는 특별 심리적 상태이다.

감수성과 민감성이 증가돼 일반적으로 내부 경험적인 지각이 외부 현실만큼 중요하게 된다. 내담자는 오직 시술자의 지시에만 주의를 보인다. 시술자가 자신에게 지적한 것 외에 환경의 모든 양상을 무시하며 판단력이 없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담자는 시술자 암시에 따라 보고 느끼고 냄새 맡는다. 비록 암시로 인한 자극이 모순돼도 따른다. 심지어 암시로 인해 기억이나 자아의식이 바뀌거나 최면에서 깨어난 후 어느 시간까지 연장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최면 중에는 강직현상과 무감각증, 기억변화, 환각, 연령퇴행, 시간왜곡 등이 나타난다. 최면 기법 중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내담자가 기꺼이 응하고 협조적이면서 시술자를 믿게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효과적인 기법이라도 내담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최면은 본질적으로 ‘자기최면’이다.

 

▲ 한의 치료에도 이용

최면은 결국 내담자를 트랜스 상태에 이르게 하여 암시를 줌으로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최면치료는 환자들의 잠재의식에 잘못 입력된 정보들을 들어내고 올바른 정보로 교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암시에 쉽게 걸리는 상태는 상대에 대해 신뢰와 권위를 느낄 때, 불안한 마음이 없고 마음속에서 협력적일 때, 감정이 흥분됐을 때, 공포심이 있을 때,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주위가 조용하고 조금 어두울 때, 음악이나 춤에 열중할 때, 식사 중일 때, 술에 다소 취했을 때, 수면부족일 때 등이다.

암시는 짧고 구체적인 말, 낮고 단조로운 말, 상대가 받아들이기가 쉽고 이해하기 쉬운 말, 공감이 가는 말이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어른들이 남들 앞에서 아이의 장점을 칭찬한다거나 덕담을 하면, 그 암시가 잘 먹히고 이후에도 암시대로 잘 시행된다. 학생들에게 덕담을 하면 자기최면으로 작용해 성적이 쑥쑥 올라간다.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최면을 이용하여 상대방 앞에서 편안한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규 환자가 처음 찾아왔을 대에 편안한 느낌이 들 수 있는 비결이다. 편안하게 대하는 사람 앞에서는 환자 역시 편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결국 최면은 언어에 의한 암시다. 암시에 의해 최면으로 유도된 순간부터 자신이나 시술자는 병이 일어났던 과거 순간으로 돌아가 병의 원인이 된 잠재의식을 교정 또는 삭제하여 빠른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호오포노포노의 치유법과도 상통한다.

최락완 교수(사우스베일로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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