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세 소양인 남아의 만성기침을 치료하기 위해 체질 특성상 부족해지기 쉬운 기관지 윤활을 위한 자윤을 도모하며 발적, 흥분된 조직을 수렴시키는 ‘청상보하환’을 처방했다. 이 밖에도 제반 증상 및 체질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진ⓒ Dollarphotoclub_Zsolt Biczó
‘청상보하환’ 폐를 자윤∙기침 멈추게
허약 보충, 15일 만에 제반 증상 없어져
필자의 후세방의 처방 선방 기준은 『빈용 처방 101』의 저자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준한다. 상태이론은 인체의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병리 체계를 이해하는 이론이다. <편집자주>
이번 호 역시 지난 달에 이어 ‘대조환’과 관련된 치험례를 소개하려 한다. 상대적으로 임상에서 환자의 상태가 ‘대조환’ 단계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정과 환원력의 부족으로 병이 만성화된 채 내원하게 돼서다.
하지만 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이곳 저곳을 전전하게 되고 치료받는 입장에서도 단시일에 치유가 되길 원하기 때문에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다뤄볼 치험례 사례 환자는 열성 소양인 남아로, 감기의 치료 시기를 놓쳐 몸이 정상 조직으로 환원되지 않은 경우다. 덕분에 이 환자는 만성화된 기침으로 한 달여 동안 고생하다가 내원했다.
환자들은 보통 감기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감기도 방치한 채로 오래 두면, 이 남아의 경우처럼 기침이 만성화가 되어 다른 증상까지 겹쳐 고생할 수 있다. 결국 아무리 작은 질환이라도 소홀히 여기면 병을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다음은 이 환자를 청상보하환(상통 52보)을 통해 치료한 사례다.
▲ 형태 및 과정
활동적인 열성 소양인 10세 남자 어린이로, 한 달 전에 걸린 감기가 낳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이후에도 계속되는 기침으로 내원하게 됐다.
▲ 증상
환자는 아침과 낮에는 기침을 조금씩 하는 편이었지만, 밤에 잠자리에 누울 때가 되면 기침을 심하게 하여 잠을 편안하게 잘 수가 없었다. 또한 기침과 함께 가래가 조금씩 나왔다.
평상시에는 낮이고 밤이고 땀을 많이 흘렸는데, 자주 “덥다”는 말을 많이 하며 옷도 얇게 입는 편이었다.
그러나 식욕은 왕성하며 소화가 잘 되고 소변과 대변은 특별한 이상증세가 없었다.
이렇게 감기에 걸린 후부터는 매사에 기운이 없어 하며 활동량이 많이 줄었고 식사량 자체는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환자는 말과 행동이 빠르고 눈매가 예리하며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 변증
이 환자는 전형적인 열성 소양인의 외모와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소양인은 특성상 기도와 기관지에 필요한 자윤이 결핍되기 쉬운 체질이며 열을 내재하고 있어 기관지의 점막이 더욱 충혈, 발적, 과민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기가 처음 걸렸을 때에 좀 더 적절하게 대응하고 치료를 받았다면, 환자의 몸이 정상 조직으로 환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체질적인 특성이 더해져서 기침이 만성화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면 방해와 환원을 위한 장기간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태가 허하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매사에 기운이 없고 활동량도 떨어지며 식욕도 줄어들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을 요약하면 이 환자의 병인은 외감의 경우, 체열은 상, 체질은 소양인, 체격은 마른 편으로, 장부허실을 살펴보면 -소화기가 튼실했다. 당시의 신체상태는 체질적인 소인과 맞물려 기관지의 점막이 발적, 충혈, 예민했다.
▲ 치법
이 남이의 기침 감기는 체질적인 소인과 더불어 적절한 대응이 부족하여 발생된 만성화된 기침이다.
결국 소양인의 특성상 부족해지기 쉬운 기관지 윤활을 위한 자윤을 도모하며 발적, 흥분된 조직을 수렴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와 함께 거담과 지해제를 통해 정상 조직으로 환원되게 하면 기침은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 처방구상
허로형 감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은 의외로 많다. 대표적으로는 오적산, 보중익기탕, 쌍화탕, 쌍금탕, 녹용대보탕, 신기환, 청상보하환, 이중탕, 삼자양친탕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특히 기침 및 가래를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는 금수육군전, 청상보하환, 삼자양친탕, 신기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에서 체질적인 소인을 근거로 육미지황원이 기본으로 되어 있는 청상보하환과 신기환이 합당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환에는 오미자만 더해진 것이라 다소 미약하다고 여겼다. 반면 패모, 과루인, 맥문동, 천문동, 길경, 행인, 반하 등이 들어 있어 폐를 자윤시키고 기침을 멈추게 하고 허약을 보충할 수 있는 청상보하환이 더욱 합당하리라 사료되었다.
▲ 투약 및 경과
열성 소양인의 만성화된 기침을 목표로 청상보하환 1배량 소아 분량으로 탕으로 하여 15일분을 투약하였다.
그 결과,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중에 기침이 사라졌으며 기침이 소실되었고 도한이 멈추었다. 1차 처방 분량인 15일치를 모두 복용한 뒤에는 기운이 없는 아이에서 다시 활동적인 아이가 되었으며 예전처럼 밥도 많이 먹게 되었다.
▲ 투약내역
이 환자에게는 『방약합편』 상통 52 청상보하환 1배량 15일분을 처방했다.
구체적인 비율은 숙지황 8g, 산약과 산수유 각 4g, 목단피와 택사는 각 3g씩, 이와 함께 오미자∙지실∙맥문동∙천문동∙패모∙길경∙황련∙행인∙반하∙과루인∙황금 역시 각 3g씩, 여기에 감초 1g을 더했다.
이정근 교수(남가주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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