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다르더라도 체질이 같으면 동일한 방을 쓰는 이병동치(異病同治)의 원리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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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에 따라 처방 약재 다르므로 잘 살펴야
특히 열∙한체질/ 습열 경중 고려
이번 호에서는 『금궤요략(이하 금궤)』 병증의 체질학적 검토 가운데 간계병증(肝系病證)과 신계병증(腎系病證)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꼼꼼히 살펴본 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간계병증-분돈기(奔豚氣)
『금궤』에서는 간기(肝氣) 분돈과 신기(腎氣) 분돈으로 나눈다.
전자는 간기울결이 화열(化熱)해 상충(上衝)한 것인데,결국 어떤 병인(病因)이 체질에 작용해 발생한 울열(鬱熱)이 충맥(衝脈)을 따라 상역한 것이다.
주요증상으로 기가 소복(少腹)에서 심흉, 인후까지 상역하며 복통과 한열왕래가 있고, 발작 시는 매우 고통스러우나 충역(衝逆)의 기가 안정되면서 통증도 사라진다.
치료는 분돈탕을 쓰는데, 방중에 이근백피(李根白皮; 자두나무 근 또는 근피)는 본병을 치료하는 일종의 변병용약법이다.
황금, 갈근과 천궁은 청담강화(凊膽降火)하니 간울과 소양열증을, 당귀, 작약은 간혈부족(肝血不足) 체질을 각각 다스린다.
신기분돈은 오한으로 심양부족하고 신중(腎中)의 수한(水寒)의 기가 그 허를 틈타 능심(凌心)한 것이다. 심양허인 사람은 수음내동(水飮內動)해 본병을 쉽게 일으킨다. 이를 변증하면, 분돈이 되려고 하며 아직 병이 되지 않은 영계초조탕증과 이미 분돈이 되어 발작한 계지가계탕증이 있다.
이 두 방중에 계지 혹은 육계는 양허체질을 조절하기 위한 체질용약법이다.
▲ 간계병증-황달(黃疸)
『금궤』에 따르면 “황달은 습으로부터 얻은 것”,“모든 황달은 소변을 이롭게 한다”고 하니, 본병은 습사가 주요병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습은 체질의 한열로 인해 열화∙한화 구분이 있어, 습열 황달과 한습 황달로 나뉜다. 『소문∙육원정기대론(素問·六元正紀大論)』에서 “습열이 서로 다투어 황달에 걸린다” 했으니,위열비습(胃熱脾濕)의 습열이 간담에 교증(交蒸)하거나, 비위허약으로 생긴 한습이 간담의 기를 막아도 황달이 생긴다.
즉, 습열이나 한습은 모두 담즙을 역행시켜 영혈(營血)로 스며들며,기부(肌膚)로 나가 황달이 된다. 청대 엽천사(葉天士) 역시 “양황(陽黃) 발작은 습이 화(火)를 따라 습열로 화(化)한 것이고, 음황(陰黃) 발작은 습이 한(寒)을 따라 한습으로 화(化)한 것”이라 강조했다.
습열에 의한 양황은 열체질이 습을 겸한 것이고, 한습에 의한 음황은 한체질이 습을 겸하거나 기허체질이 한습을 겸한 것이다.
같은 열체질 황달이라도 습과 열의 경중에 따라 세가지 증형(證型)이 있다. 먼저 습열구중(濕熱俱重)은 인진호탕으로 다스린다.
습이 열보다 중한 유형엔 인진오령산으로 주치하는데, 습체질이 열을 겸한 것으로, 설태는 전자와 마찬가지로 니하나 설질은 전자에 비해 붉지 않다(不紅).
마지막으로 열이 습보다 중한 유형으로, 설질은 인진호탕증과 비슷하게 붉으나(紅舌), 설태는 그만큼 니하지는 않은데, 치자대황탕으로 주치한다.
한습황달에 대해 장중경은 단지 “종한습중구지(從寒濕中求之; 한습 중에서 치법을 구한다, 『상한론』)”, “금궤요략”이란 언급만 있고 처방은 보이지 않고, 후세에 인진사역탕이나 인진출부탕 등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처방이 보이지 않는가? 그 이유는 장중경의 언급 속에서 일말을 엿볼 수 있는데, “달이갈자(疸而渴者),기달난치(其疸難治);달이불갈자(疸而不渴者),기달가치(其疸可治) – 『금궤 황달병편』”라 했다.
열체질에 의한 양황은 치료가 어렵고, 한체질에 의한 음황은 치료가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적으로 말한 것에 불과하다. 황달은 음황이든 양황이든 모두 중병이 될 수 있으며, 특히 한체질에서 발생하는 음황역시 난치병이 될 수 있다.
즉 인진은 황달을 치료하는 변병용약으로, 약리학적으로도 담즙분비를 촉진하는 이담작용이 있다. 필자의 스승은 10여 년 전에 황달이 든 영아에게 곽향정기산에 인진 등을 처방해 치료했는데, 습체질을 조절하면서 황달병 전문약 인진 등을 가미해 쓴 것이다.
이 밖에도 『금궤』엔 여러 겸증이 있는데, ‘수증치지(随證治之)’를 강조했다. 임상 시 모든 병마다 비방이라면서 한가지 방으로만 치료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예를 들어 황달에 표허증이 나타나면 계지가황기탕을, 표실증이 보이면 마황연교적소두탕을 쓴다. 또한 소양병을 겸하면 시호법을 쓸 수 있다.
한습에 의한 딸꾹질 등이 있으면 소반하탕(법반하, 생강)을 더하며 중초허한, 기혈부족의 허로병을 겸한 황달은 당연히 소건중법을 써야 한다.
이들 처방들은 황달을 치료하는 정법(正法)은 아니며,단지 ‘수증치지’의 변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황달치료의 주요관건은 습의 열화와 한화에 있으며, 그 ‘화(化)’는 바로 체질의 ‘질화(質化)’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치법을 논하자면,『내경』의 ‘한자열지(寒者熱之),열자한지(熱者寒之)’에 입각, “일반적으로 황달병은 그저 소변을 이롭게 한다(諸病黃疸, 但利其小便-『금궤』)”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는다. 다시 말해서 황달은 습열이든 한습이든 항상 습이 있으니 치습(治濕)이 중요하다
▲ 신계병증-신저(腎著)
저(著)는 착(着)과 음의(音義)가 같다. 『금궤』에 따르면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 땀이 난 후, 한공(汗孔)을 통해 한습사기가 든다. 이 한습이 하초를 침습하여 허리부위(腎의 外府)에 부착하면서 양기가 막힌 병증이다.
이를 ‘신(腎)’이라 밝혔지만 구불갈(口不渴), 소변과 음식 등은 별이상이 보이지 않으므로, 신장자체는 아직 병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온신산한법을 쓰지 않고, 온토승수법을 쓴다는 점을 유의한다.
대표방은 감강령출탕(甘薑苓术湯; 『천금방(千金方)』은 신저탕(腎著湯)이며,그 탕증에 몸(身)과 배(腹)가 무겁고(重),허리(腰)와 허리아래가 차고 아프다(冷痛)고 했다.
본병의 발생은 비양부족체질이 한습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로한출(身勞汗出)과 의리냉습(衣裏冷濕)의 모든 사람이 다 신저병을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중에서 건강은 비양허체질을 고려한 체질용약법에 속한다. 본방은 의이부자산, 작약감초탕 및 구척, 현호색, 세신등을 합하여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좌골신경통을 치료하는데 자주 쓰인다.
그 중 의이부자산은 원래 흉비급증(협심증)에 쓰이던 방제지만, 병이 다르더라도 체질이 같으면 동일한 방을 쓰는 이병동치(異病同治)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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