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풍탕’은 혈액 혼탁과 근육 및 혈관 위축, 긴장, 변성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를 소통시키는 데에 적합하다. 사진 © shutterstock_Chinaview
잠수병 치료 후유증으로 만성피로·관절통 등
각종 병증으로 고생하는 열성 소양인 환자
필자의 후세방 처방 선방 기준은 <빈용 처방 101>의 저자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준한다. 상태이론은 인체의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병리 체계를 이해한다. 이번엔 ‘늘굳쳐감’과 관련한 치험례를 소개한다.
‘늘굳쳐감’은 환경이나 영양, 운동량, 감정 등으로 인해 인체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팽창, 경색, 이완, 감소 등 인체 조직의 물리적 변화를 말한다.
여기서 ‘늘’은 병리적으로 인체 조직이 확장되고 증가됨을, ‘굳’은 병리적으로 인체 조직이 수축되고 경색됨을, ‘쳐’는 병리적으로 인체 조직이 이완됨을, ‘감’은 병리적으로 체적과 기능의 감소를, 각각 의미한다.
다음은 소풍탕(중통 2보)으로 잠수병 후유증으로 인한 만성피로와 관절통을 치료한 사례다.
▲주 증상
5년 전 잠수병으로 UCLA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후유증(신체 관절통과 피곤)이 남아 있는 환자가 내원했다(08/19/2011). 작은 키에 얼굴이 검고 강단이 있어 보이는 열성 소양인이었다.
건강에는 자신 있을 정도로 튼튼히서 힘이 장사였던 이 환자는 5년 전부터 몸을 무리해서 쓰면 온 사지가 다 아픈데, 특히 사지 관절 부분이 더 아팠다. 이 증상이 잠수병 후유증임을 알고 평생 아픈 것이기에 치료를 포기한 상태.
그는 하루 일을 마치고 마켓이 가면 힘이 들어 쇼핑 카트에 상체를 의지하고 카트를 밀면서 힘겹게 물건을 구입했고, 1~2마일이상 걷지 못하며, 온 관절에 통증이 발생하고 무리하면 어지러워했다. 여러 한의원에서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어 한약에 대한 불신이 대단한 상태.
▲변증/ 병인/ 치법
이 환자는 잠수병으로 말초 미세혈관이 손상되고 막혀있어 소통되지 않았다. 때문에 혈액 순환이 저하되고 세포호흡대사가 이뤄지지 않아 근피로 물질(젖산)이 해결이 되지 않은 것. 이는 화학수용체를 자극, 근육통을 유발해 피로와 근육통을 일으켰고, 말초 순환 부족으로 관절내압 상승으로 관절통을 유발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신체조건은 체열-상, 체질-소양인, 체격-건실한 편, 장부허실-소화력 왕성, 체력-하, 신체 미세혈관이 손상된 상태로 만성피로와 사지 관절통 증상을 보였다. ‘늘굳쳐감’에서 ‘굳’에 해당, 말초 혈관의 손상으로 수축, 경색되어 제 기능을 소실한 상태.
이 경우 손상된 말초 혈관을 재생시키고 막힌 모세혈관을 소통시켜 주면서 혈액 혼탁을 개선하는 치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중풍처럼 혈관 노화나 연약으로 혈행장애가 나타나는 순환계질환을 치료하는 처방에 초점을 맞췄다.
▲처방구성
신체통과 함께 순환을 위해 처방할 방제로는 소풍활혈탕, 소풍탕, 영선제통음, 만금탕, 강활유풍탕 등이 있다. 이 중 처방 구성이 비슷한 소풍탕과 만금탕 가운데 허증 중풍과 순환 개선으로 쓰이는 만금탕도 소양인이 필요한 자윤제가 많이 포함돼 환자에게 잘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윤의 공급 전에 혈액 혼탁과 근육이나 혈관의 위축, 긴장, 변성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를 소통시키는 소풍탕이 적합하다고 봤다.
소풍탕의 강활, 방풍, 오약, 백지, 향부자는 기육 긴장과 그 긴장의 소산물인 담음을 제거하고 혈관 장애를 풀어 소통시키며, 당귀와 천궁으로 혈액 순환을 돕고 혈체를 개선해준다. 또한 반하, 진피, 적복령, 감초의 이진탕으로 습담 제거, 계지와 세신으로 말초 혈관 소통 및 재생으로 혈행을 원활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다.
▲투약 및 경과
체격이 단단하고 고통이 심하여 약량의 증량 및 효력증대를 위해서 소풍탕을 2배량으로 한 뒤 하루에 2봉지 20일분을 투약했다. (<방약합편-중통2> 강활, 방풍, 당귀, 천궁, 적복령, 진피, 반하, 오약, 백지, 향부자 3.2g 계지, 세신, 감초 1.2g)
환자가 약을 모두 복용한 후 내원했을 때 확인해 보니, 이전과 다르게 피곤함이 많이 사라졌고, 힘이 난다고 했다. 또한 통증과 피곤함이 현저히 줄어 마켓에서 쇼핑을 해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10마일 이상을 걷고 산행해도 통증이 없으며 어지럽지도 않게 됐다.
이 환자는 “몇 차례의 한약 복용 후 호전이 되지 않아 포기했는데, 이번엔 너무 좋아져 한약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 진료 후기
잠수병을 처음 대하고 문진을 하던 중 이미 머릿속에선 소풍탕 약성이 떠올랐다. 확인 차 찾아 본 <빈용 202처방> 순환기계 소풍탕의 처방해설과 <새로보는 방약합편>의 다양한 치험례를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향후 환자의 재 방문 시, 소풍탕 이후 다음 처방으로 만금탕을 처방했다. 소양인의 체질적인 요인을 고려, 자윤제와 혈행 개선제로 구성된 만금탕은 1차 소통 후 건강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처방으로는 적방이라 사료됐기 때문이다.
이정근 교수(남가주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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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병이란? 잠수하는 사람들이 잘 걸려서 붙여진 이름. 원인은 갑작스러운 압력 저하로 혈액 속에 녹아 있는 기체가 폐를 통해 나오지 못하고 혈관 내에서 기체 방울로 형성되어 모세 혈관을 막는 증상. 스쿠버다이빙에서 가장 큰 위험한 증상으로, 심해에서 수면으로 너무 빨리 올라올 때 발생하며 이로 인해 호흡기뿐 아니라 림프계, 근골격계 및 중추신경계 등에 나타나는 질환. 증상으로는 만성 두통, 관절통, 난청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극심한 피로감 및 무기력감, 피부 질환 등이 흔히 나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