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화기 관련 질환을 치료할 때엔 ‘복십혈’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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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맥 4혈과 위경의 양방 3혈의 총칭
각종 소화기 질환에 탁월
일반적으로 소화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중완에 자침하고 내관, 공손, 사관, 족삼리와 사암침법과 관련된 치료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다.
그러나 중초(中焦)의 소화기 병변은 단순히 위나 장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두면부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체 생리나 병리는 상·중·하초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서 크게 변하기 때문에 중초의 중요성을 중점으로 다루려 한다.
▲중초의 역할
중초는 외부에서 들어온 수곡을 변화시켜 정미(精微)한 기운으로 만들어 심폐로 보내 오장(五臟)을 두루 순환케 하고 생리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중앙토(中央土)로서 중요하다.
만약 중앙토의 기능이 침체되면 기혈 생성이 되지 않고, 이로 인해 전신에 영양공급을 못하게 되어 상부(上焦)나 하부(下焦)로의 분포 기능도 마비된다.
이로 인해 뇌나 신장 등의 허혈상태가 야기되고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체했을 때 머리가 아프고 현훈증상이 오는 것도 이런 원리로 보면 된다.
중초는 심장아래의 위구(胃口)에서 배꼽까지 부위를 말한다. 이 부위를 통과하는 경락은 신체중심부의 임맥을 비롯하여 신경, 위경, 대장경, 비경, 간경이 지난다. 또한 중초 기능을 소통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은 수곡을 받아들이는 위경과 여러 장부의 모혈(募穴)이 있는 임맥이 큰 역할을 한다.
▲은백 복십혈
위(胃)의 모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중완, 소장의 관원, 방광의 중극, 심(心)의 거궐, 심포의 전중, 삼초의 석문 등이 임맥에 위치한다. 때문에 임맥이 인체에 관여하는 중요성은 크다고 보며, 중초의 소통으로 각 장기의 모혈도 같이 트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중앙토의 핵심인 위경을 다스려야 한다. 임맥의 구미(鳩尾; 거궐), 상완, 중완, 하완이 소화기 기능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중초에 해당하는 삼완(三脘) 양쪽에 위치한 위경의 승만(承滿), 양문(梁門), 관문(關門)이 위치 상으로 보조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은백 임상침구(隱白 臨床鍼灸)>를 참고하길 바란다.
그러나 임상에서 흉곽이 협소하게 좁은 소음인의 경우, 임맥의 구미 대신 거궐을 활용해야 할 경우도 있고, 위경의 혈들을 내려서 잡아 취혈할 수도 있다. “의자(醫者)는 의야(意也)”라 했으니 융통성 있는 치료법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필자는 임맥 4혈과 위경의 양방 3혈을 수십 년 간 임상에 활용, 이를 ‘은백 복십혈’로 명명하고 간편하게 ‘복십혈’이라 부르고 있다.
▲주요 경혈의 혈성과 주치
-구미(鳩尾):화위강역(和胃降逆), 영심화담(寧心火痰)의 혈성으로 심교통, 반위(反胃), 구토, 위종대, 정신질환에 작용. 특히 구미혈은 급성위염 및 위장의 기능조절과 혈압강하작용, 임맥의 락혈(絡穴).
-거궐(巨闕):영심화담, 화중초습체(化中焦濕滯), 이기화위(理氣和胃)의 혈성으로 심흉통, 정신질환, 위 경련, 횡격막경련에의 증상에 활용. 특히 위하수, 위의 장력(張力)이나 식도의 유동운동을 증가 관상동맥질환에 작용. 심경(心經)의 모혈.
-상완(上脘):영신기(寧神氣), 청담열(淸痰熱), 조중기(調中氣)의 혈성으로 급만성 위장질환, 전간, 기관지염 등에 활용. 소장경과 임맥의 회혈(會穴)로 위, 십이지장궤양의 치료촉진작용
-중완(中脘):조중기건비위(調中氣建脾胃), 안신지(安神志), 조승강(調升降)의 혈성으로 제반 위장질환과 담음질환, 고혈압, 불면, 중풍 등의 증상을 치료. 위경의 모혈, 팔회혈의 부회혈(腑會穴), 회양구침혈로 면역력강화, 백혈구 조절작용. 소화기질환의 대표.
-하완(下脘):온위산한(溫胃散寒), 이기산결(理氣散結), 소식적체(消食積滯)의 혈성, 위하수, 위경련, 비위허약 등의 증상을 개선, 특히 장 기능장애에 효과. 비경과 임맥의 회혈, 면역력 강화, 위액분비 조절작용이 있어 위, 십이지장의 궤양치료 촉진작용.
이 외에 위경의 3혈은 모두가 건비위, 조리장위, 운화적체, 이습화담 등의 소화기능을 조절하여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중초 경맥 풀기
복십혈을 중초의 장애로 인한 제반 증상에 활용하면 즉석에서 증상이 개선된다.
특히 뇌원성 질환의 경우, 중초에서 막힌 경맥을 풀어주는 관점에서 복십혈에 우선 자침 후, 증상에 필요한 침 치료를 하는 것이 빠른 치유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중초(中焦)의 기(氣)가 막힘을 소통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치험례로는 강의를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손을 대지 못할 정도의 복통 환자에게 복십혈 치료를 했더니 웃으면서 집에 갈수 있었던 경우와 최근엔 입맛이 없는 92세 할머니에게 복십혈로 중기(中氣)를 소통시킨 후 보약을 썼더니 기력이 회복돼 입맛이 좋아져 고맙다는 전화를 받은 사례 등이 있다.
그리고 지난 호에 소개한 내용 중 내상으로 인한 질환엔 내관, 공손, 임맥을 통하게 하는 조해, 열결의 조합과 사관(합곡, 태충)으로 기혈을 터주는 기본 치료를 잊지 말아야 한다.
중풍, 파킨슨병 같은 뇌원성 질환은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한 순환장애의 원인이 많으나 중초의 불균형적인 장애때문에 순간적으로 기가 막히게 되어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촉진 시 중완 부위가 단단하거나 팽만감이 있는 경우 복십혈에 자침하면 즉석에서 쪼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뱃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약 처방은 <은백 탐방보감(隱白探訪寶鑑)> 내경편의 비위문(03, 06, 12, 17), 위암과 관계되는 처방, 34, 35, 37, 50, 52와 56엔 건강, 모려분, 산사, 맥아, 신곡, 목향, 빈랑 8푼, 시호, 승마, 부자 5푼을 가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59, 62, 내상문(13, 29, 34, 36, 37) 등이 효과가 있다.
박희수 박사(강남 대동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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