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PTSD)를 겪기도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덜 알려진 ‘도덕적 부상(moral injury)’이라는 트라우마도 있다. 이는 죄책감에 휩싸인 트라우마로, 제임스 제프리가 참여한 미국의 한 연구를 통해 본격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이다.
도덕적 부상은 사람이 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저지르거나, 그것을 막지 못했거나, 목격했을 때 발생 하며 미국 보훈부 홈페이지는 도덕적 부상을 “극단적이고 전례없는 삶의 경험”과 관련된 심리적 외상에 비유한다. 또 “내부에서 갈등과 혼란이 떠나지 않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의한다.
이러한 도덕적 부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에 대한 최초 대응자와 의료진들도 그 대상이 됐다. 뉴욕시는 응급 서비스 포화 상태고, 다른 주들도 호흡기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 대응자와 의료진들은 누가 호흡기를 받고, 누구를 구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입장이 됐다. 한 간호사는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그들의 손에 환자들의 목숨이 쥐어지는 상황과 평소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두렵다고 전한다.
텍사스대 심리학과 아서 마크먼 교수는 “건강관리 분야 종사자들 가운데 실제로 부상자 분류를 해본 사람은 얼마 없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맡기고 있다. 의료 기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직업 때문에 도덕적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고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도덕적 부상에 대해 언급했다.
뉴욕이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감염병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의 위험이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교대 시간이 짧아, 잠시 휴식하거나 눈을 붙인 뒤 다시 일에 투입된다. 이런 근무 여건 속에 도덕적 부상의 가능성을 줄일 방법은 요원해보인다.
더욱이 도덕적 부상의 가장 해로운 형태는 바로 배신이라고 도덕적 부상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전문가는 말한다. 의료진들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일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에 배신을 당하게 되면 그 부상의 정도는 깊고 심각해 진다는 것이다. 참전 군인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는 방식과 달리, 의료진들은 전적으로 선의에 근거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질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덧붙여 말했다. 또한 생명을 구하는 임무를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행동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이나 최고 결정권자가 이를 같은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인식의 격차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고, 도덕적 부상을 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전했다.
이러한 도덕적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충분한 의료기기 및 용품, 인력의 공급도 중요하지만, 대중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일반 대중들은 안전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는,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들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킨 의료진들을 연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의료진들의 가족을 위한 지원도 필수입니다. 이들은 우리의 친구고, 이웃입니다. 의료진과 만날 때마다 우리는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라고 전문가는 강조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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