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리는 내인과 외인 등 각 원인에 따라 한의로도 제대로 치료 가능하다. 사진ⓒ shutterstock_JinYoung Lee
하리 원인 따라 위내정수의 제거ㆍ비기허 강화ㆍ위 열량 강화 등
외습이 한증-곽향정기산, 습열증-갈근황련황금탕ㆍ내습-삼령백출산, 신양허-사신환
하리는 위험한 경우가 많다. 하리에는 감염성 장염으로 인한 급성하리, 소화불량으로 인한 만성하리, 그리고 정신 문제로 인한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이 있다.
체액의 배설은 소변이 재흡수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렇지 않은 하리는 전해질 문란으로 위급한 상태에 처할 위험이 있다. 특히 급성 하리가 있는 경우에는 양방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번 호에서는 만성하리를 다루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다음 호에서, 급성하리는 논외로 한다.
▲ 하리의 개념 이해
인체의 수분대사는 생명 유지에 중요하다. 인체 내 수분은 하루동안 음식물에서 2ℓ, 타액, 위액 등 분비물이 7ℓ로 약 9ℓ가 장내로 유입된다.
수분 흡수는 거의 소장에서 이뤄지고 공장, 회장에서 평균 8ℓ가 흡수되며 대장에 들어온 수분은 0.5~0.6ℓ, 대변으로는 약 0.1~0.2ℓ가 배설된다. 나트륨과 염소는 대ㆍ소장에서, 칼륨은 소장에 각각 흡수된다.
‘하리’는 세균 독소를 유발하는 콜레라균, 대장균, 포도상구균, 0-157 등과 체내의 호르몬, 장내 분비물 항진 등이 작용해 대ㆍ소장에서 수분흡수를 방해하고 대변에 수분 함유량이 증가해 그 뭉침이 약해진 것으로, 배변 횟수의 증가, 묽은 대변, 찌꺼기가 없는 대변을 말한다.
묽은 대변은 변당 또는 당변, 니상변, 죽상변, 물만 나오는 변은 수양변이라 한다. 상(狀)과 양(樣)은 모두 대변의 성상을 표현한 것인데 전자는 중국식, 후자는 일본식 표현이다.
하리에서 설(泄)은 대변이 묽고 배출이 완만한 것을 말하고, 사(瀉)는 쏟아져 나오는 것을 의미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하리는 대변의 형상과 배변의 과정을 가볍고 심한 증상으로 표현한 단어로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 하리의 원인
한의에서 하리의 원인은 크게 내인과 외인으로 나뉜다.
외사에는 풍한습사, 습열, 서습이 해당하고 섭생불량으로는 과식, 지방질 음식, 비위생적 음식, 생랭한 음식 등이 관여한다. 이 경우는 급성 하리에 해당한다.
내인에는 태아기의 영양공급 불량, 출생 후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소화기계의 기능 저하 등이 관련된다. 이에는 비위기허, 비양허, 신양허, 비신양허 등이 혼재되어 있다.
양허증은 기허증에서 온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비기허, 비양허, 신양허, 비신양허로 전이되거나 혹 그 역으로 신양허가 우선 발병하고 이후 비신양허, 비양허로 전이된다. 이 경우는 만성하리에 해당한다.
외인으로 인한 경우에도 모두 위내정수가 있고 내인 역시 비양허, 신양허가 있어 비허로 인해 기허가 있어 소화기계의 운화(Transformation), 운하(Transportation) 기능이 약화된 것이다.
▲ 곽향정기산의 약리와 적응증
외인과 내인으로 발생된 위내정수의 제거, 비기허가 근저에 있다면 비기허의 강화, 양허로 전이된 경우는 위의 열량 강화, 몸 전체의 열 에너지 보강에 지향점에 있다.
기본적으로 외습이 한증이면 곽향정기산, 습열증이면 갈근황련황금탕을 사용하고 내습에는 삼령백출산, 신양허에는 사신환을 고려한다.
곽향정기산의 약리와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위장운동 조절 작용은 위장형 감기에 적용한다. 구토 억제 작용은 급성 위장염에, 위장 경련 억제 작용은 세균성 하리, 위장통 억제 작용은 소화불량증, 음식부패 작용은 여름 감기, 서습, 일사병, 항균 작용은 인플류엔자 감기로 복창만, 오심, 구토에 각각 적용한다.
그 외의 적용증은 급성 바이러스 간염, 피부질환, 십이지궤양, 만성 대장염, 임신 구토 등이다.
소화기계의 허한증이 하리의 원인이라면 기본 원리는 소화기계를 따뜻하게 데우는 것이다.
▲ 이중탕의 방제 변화
방제로는 온리약으로 이 가운데 소화기계에 해당하는 방제는 이중탕이다. 전신 양허증에 의한 이한증은 신양허의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이 유효하다. 소화기계의 이한증에 대한 온리약은 건강, 양강, 오수유, 호초, 소회향, 필발 등인데 방제로는 이중탕이 있다.
방제 변화의 쉬운 이해는 사군탕에서 비롯된다. 이중탕은 사군자탕의 변방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비기허 방제에서 습이 생성되어 사군자탕에 진피를 추가하면 이공산이 되고 습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면 반하를 가미한 육군자탕을 적용한다.
그런데 습보다도 소화기계의 한증이 심하면 이중탕으로 사군자탕의 복령 대신 건강을 가미해 구토와 하리에 대응한 것이다.
건강이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약능은 위장에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약리를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건강은 말초성 구토를 억제하는데 비위허한증으로 인한 구토는 중추성 구토가 아니고 습사의 정체로 인한 것이므로 건강은 비위허한증을 구축하고 구토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중탕은 그 치료 요점의 강화에 따라 계지인삼탕, 온위탕, 부자이중환, 이중화담환, 보중탕, 부계이중환, 정구이중탕, 치위궤양탕, 치심쇠방 등으로 발전했다. 주증이 무엇인가 진단했다면 하리에 적용할 수 있는 반하사심탕, 인삼탕, 진무탕, 감초사심탕, 위령탕, 계작육군자탕, 당귀건중탕, 대건중탕, 중건중탕, 해급촉초탕, 위풍탕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신양허를 가늠하는 부자이중탕은 이중탕에 부자를 가미한 것이다. 그런데 『만병회춘』의 부자이중탕에는 오수유, 육계, 당귀, 진피, 후박 등을 추가해 위허한증, 전신 양허증 및 위내정수 등에 대한 치료법을 더욱 강화했다. 오수유의 성분인 에보디아민(Evodiamine은 대장의 Muscarine 수용체에 결합하여 연동 운동을 억제하여 하리를 멎게 한다.
급ㆍ만성 하리는 노약자와 소아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항상 탈수와 전해질 문란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만성하리는 인체의 체액(음)을 손상시켜 몸이 수척하고 초췌, 외냉하므로 약의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하리에 대한 방제의 접근법은 이중탕 변천의 원리에서 이해된 것처럼 방제 구성 본초의 약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세종 교수(사우스베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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