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ㆍ주소가 아니라 몸을 먼저 보고 적방을 찾아내는 ‘正人適方’
‘쉬운 처방ㆍ찾아보기 쉬운 처방ㆍ특별치 않은 처방’으로 놀라운 증례 나올 수도
상한론의 많은 방제들이 하나의 병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고 몸의 패턴, 증상 등에 따라서 처방되고 어려운 질환들을 많이 치료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TEM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인 正人適方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 正人適方의 개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에 크고 작은 결함을 갖고 있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나 연령적인 요인, 또는 남녀노소의 요인 등 몇 가지로 구분된다. 때문에 사람마다 ‘일정적이고 항구적인 결함’이 몸에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몸이 건강(健康)할 때는 드러나지 않다가 몸이 안 좋아지면 병(病)이 나타난다.
한 마디로 ‘병이 생길 때는 사람마다 특징적인 유형, 패턴이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또한 그 패턴을 읽어서 적방(適方)을 잡아내는 것이다. 그 사람의 병을 보지 않고 몸을 보는 것으로, 몸을 가장 최적화 시킬 수 있는 처방을 선택해서 투여하는 방법이며 이런 방식의 접근을 바로 정인적방(正人適方)이라고 한다.
▲ 正人適方적 접근방법
사람에게는 자신의 병을 스스로 치료(治療)할 수 있는 자연치유력(自然治愈力)이 있는데 이 자연치유력이 바로 ‘내 몸 안의 의사’이다. 다른 말로 항상성(恒常性)이라고도 한다.
이 자연치유력을 극대화 시켜서 건강해진 몸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우리 한약의 역할이다. 또한 이러한 접근이 바로 정인(正人; 몸을 바르게 만들 수 있다)이고 적방(適方; 가장 적합도適合度가 높은 처방)을 선택한다.
때문에 병을 보는 것도 아니고 환자의 주소증을 보는 것도 아닌 것이다. 환자의 주소증을 보면 희한하고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난치병이 많은데, 이런 것들을 안 본다는 의미다.
차트가 있을 때 그 앞부분을 보지 않고 뒷부분을 보는 것으로, 환자의 몸을 보는 것이다. ‘변비, 설사, 소화불량, 입면장애, 추위, 더위’ 이런 사항들만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 몸의 결함을 읽어서 그 사람의 몸을 가장 최적화 시킬 수 있는 그런 처방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처방이 그 사람의 몸을 고양시켜서 고양된 몸이 스스로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하는 이런 간접적 접근, 우회적 접근, 이런 접근이 정인적방(正人適方)적 접근 방법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임상적으로 대단한 위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 正人適方 vs 定病專方
정인적방(正人適方)의 반대편 개념에 있는 것이 바로 정병전방(定病專方)이다. 말 그대로 병(病)을 보는 것으로, ‘병(病)마다 그 병(病)을 전적으로 치료하는 처방이 있다’는 의미다.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의 편제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요문(腰門)을 펴서 가장 적절한 처방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병(病)과 처방(處方)의 컴비네이션에 의한 편재이기도 하다.
정병전방(定病專方) 방식은 배우기가 쉽다. ‘요통(腰痛)’이라고 하면 요문(腰門)을 펼치면 된다. 문제는 ‘낫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어느 문을 펼쳐야 할 지를 모르는 병’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아니, 이것은 무슨 병이야’ 이렇게 되기 쉽다.
정인적방(正人適方)은 공부를 할 때 매우 어렵다.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내야 되기 때문이다. 적합도가 가장 높은 처방을 적방(適方)이라고 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일까.
답을 찾는 것은 국어문제와 비슷하다. 선택 문항 다섯 개가 나오는데 모두가 다 답이 될 수가 있다. 촉이 없는 한의사가 보면 모두가 정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농도가 높은 답이 하나 있는 것이다.
▲ 왜 ‘正人適方’인가?
그렇다면 가장 적합도(適合度)가 높은 처방, 농도가 가장 높은 처방은 무엇일까. 환자의 모든 ‘차팅 내용, 주소증, 병증, 형색성정(形色性情)’을 일괄적으로 다 설명할 수 있은 하나의 처방을 의미한다. 그 하나의 처방을 빠르게 정확하게 적합하게 찾아 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의사가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의사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감별(鑑別)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합방(合方)을 하게 된다. 2~3방 까지는 몰라도 5~6방을 합방하는 것은 우려할 사항이다. 인체는 ‘일정한 방증(方證)의 패턴’으로 무너지기 때문에 ‘2개의 처방증으로 동시에 무너지는 경우’는 임상을 해본 사람이나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은 ‘그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 즉 그것이 틀렸다는 얘기다.
치료가 잘 되는 처방은 정인적방(正人適方)이다. 처방을 쓰게 되면 몸이 좋아지고, 좋아진 몸이 그 사람의 병(病)에 관계없이 그 병을 치료하니까 치료가 잘 되는 처방이다. 그래서 몸을 잘 읽어내는 사람에게는 놀랄 만한 치료 결과가 나오게 된다.
병(病)은 어려울 수 있어도 처방(處方)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주소(主訴)는 희한할 수 있어도 처방(處方)은 일상적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쉬운 처방, 찾아보기 쉬운 처방, 특별하지 않은 처방’으로 아주 놀라운 증례를 낼 수가 있고 또 ‘그렇게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인적방(正人適方)의 위력이다.
원래 한의학의 고유한 접근 방법이 정인적방(正人適方)이다. 변증론치(辨證論治)라는 것이 바로 그렇다.
‘병을 보지 않고 증을 변별해서 치료를 논한다’라고 해 놓고 실제로 『방약합편』이나 『동의보감』 등의 의서에서는 병(病)과 처방(處方)을 결합시켜 놓았다. 이러면 증(證)이 사라진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두문을 펼쳐라’고 하면 이는 한의학의 고유한 접근이 아니다.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 파워, 개별성, 특징’과는 멀어진다.
이 정인적방(正人適方)이야말로 ‘고유한, 변증론치가 구현이 된’ 접근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법이 놀라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TEM에서는 『상한방』, 『금궤요략』 230방제를 형색성정, 신체증상, 병류 등에 따라 모두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조현창 원장(동의방제연구소 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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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적방의 예, ‘영계감조탕’>
구성 |
영계감조(복령 16, 계지 8, 대조 8, 감초6) 형색성정: 형 수척>중등도/ 색 백황, 체력약/ 성 음적~교잡/ 정 걱정+예민 긴장, 불안 신체증상: 입면장애형 불면, 오한 + 혹 심계위주의 흉부불편감, 상충, 두통, 어지럼증 |
신체증상 |
체력이 약해 쉬 지치고 피곤한 편, 사우나 목욕탕에 땀빼고 나면 몸이 무겁고 지친다. 신경쓰면 입맛이 없어지고 소화도 잘 안된다. 커피 마시면 잠을 잘 못잔다. 혹 가슴두근, 손떨림 擧手시 팔이나 손가락 떨림 환자가 호소하는 병증이 많고 복잡 다단하나 병증의 VAS는 낮은 경우가 많다. |
Rule In |
영계감증인데 대조 연인강급이 보이는 경우. ☞삼두근-능형근 과긴장 압통이 보이고 항강, 견배통, 협통, 소복급통, 족저통 등 신근위주의 과긴장 강직감을 호소하는 경우 |
Rule Out |
영계감증인데 출(소변불리, 부종-영계출감탕), 출 택사 저령(+갈증, 연변설사경향-오령산), 생강(소화불량, 연변경향-복령감초탕), 오미자(마른기침 등 호흡기증상-영계미감탕), 방기 황기(면푸석, 부종, 다한출-방기복령탕) 등이 보이지 않아 여타 처방들이 배제된 경우 |
치료영역 |
불면증, 동통질환, 생리통, 갱년기 장애, 두통, 흉부불편감 등을 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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