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 치료의 미래는 과학이 발전할수록 그 진가를 더해갈 것이다. 사진ⓒ Dollarphotoclub_MarkFGD
현대 과학이 더 발전한다면 ‘침술의 진가’도 규명될 날 온다!
현대인의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각종 만성병∙불치병 치유에 도움될 것
한의사는 기본적으로 한의학적 지식과 충분한 임상은 물론 경락이론과 해부학적 지식 등이 기본이 돼야 한다. 면허를 획득해도 공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공부가 취미가 아니라면 지난하다. 다른 분야도 알아야 하고 깊이 있게 생사문제도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임상의 기본인 침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 ‘침법’의 접근방법
침법의 접근은 크게 철학 및 물리학적 방법이 있다. 철학적 방법은 음양오행 이치를 응용하는 것이고, 현대 물리학적 방법은 프랙탈이나 홀로그램 등의 이론으로 접근한다. 이들은 이미 선조들이 고대로부터 익히 써왔다.
또 한 가지는 여러 선현들의 성찰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다. 주역사상의 통찰, ‘법성게’의 일즉다, 다즉일, 또는 일미진중함시방, 일념즉시무량겁, 등 전통에서도 여러 것을 얻는다.
특히 기(氣)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기’를 아직도 미신으로 터부(taboo)시하면서 비과학적으로 생각하며 양방 및 해부학적인 것 등을 우선시하며 그런 것들이 과학이라고 우선순위에 두고, 그 생각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사고방식이 굳어지면 임상실력에는 진전이 별로 없다.
▲ ‘氣’의 기원과 현재
과학(科學)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는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다. 넓게는 ‘학(學)’과 같은 뜻이고 좁게는 ‘자연 과학’을 의미한다. 현대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으로 지난 300~400여 년간 서양에서 만들어진 역사의 산물이다.
이들 분야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과학적 지식은 다른 지식보다 훨씬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또 유용한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인류역사에서 보면 일천하다. 하지만 물리적인 것에 편중돼 온 것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과학적 입장에서 기(氣)를 긍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아직까지 규명해내지 못했을 뿐이다. 기는 없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침술의 효과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체를 흐르는 미묘한 에너지장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고대 여러 전통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5,000년 전쯤의 경전들 속에 ‘프라나’라는 생명 에너지가 언급됐다.
인도의 요기 경전에 의하면 인체 내에는 특별한 에너지 중추가 있다고 한다. 이 미묘한 에너지의 중추는 육체의 내분비선과 주요 신경중추와 연결되고 동시에 에너지장 속으로 확장돼 있다. 정면에서 보면 에너지 소용돌이처럼 보여서 산스크리트어로 ‘차크라(chakra); 바퀴)’라고 하며, 수련과 에너지의 센터로서 사용한다. 생명에너지가 저장된 곳은 ‘쿤다(kunda)’라 부르고 그것의 움직임을 ‘쿤다리니’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3,000년 이전부터 이것을 ‘기(氣)’라고 부르고, 이 에너지를 침술체계의 경락을 이용해 수련과 치료에 응용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를 통해 심신 수련 및 인간완성을 이루는 고래의 전통으로 기에 관한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다.
예를 들면 ‘기운이 있다, 기가 막힌다, 상기된다. 기분이 좋다, 기절했다, 기가 죽었다’ 등으로 일상 언어에 녹아 있다.
지금은 누구나 기를 에너지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경락은 마음과 몸의 중간체계에 속한다. 인간을 영혼백육(靈魂魄肉)으로 구분한다면 혼백(魂魄)의 백(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비물질에 속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치 못했지만 침술은 백을 조절해 혼과 육을 치료할 수 있다.
전통적인 동양철학에서 개개인은 대우주에 속한 소우주다. 우리는 거울 위에 조각난 거울 조각과 같다. 우리라고 하는 우리의 전체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한 부분이다. 95% 이상은 모름의 상태에 있다.
이는 마치 우리의 의식 95% 이상이 무의식인 것과 같다. 프로이드와 융 이래로 현대 심리학은 연구를 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다. 오늘의 이론이 내일이면 달라지고 또 그것을 딛고 발전하는 것이 과학의 속성이자 장점이기 때문이다.
▲ 침술의 미래
침술은 서양의 주류의학에 상대되는 비과학적인 대체의학 범주에 들어가지만, 치료와 치유라는 면에서 상당히 폭넓은 범위를 차지한. 특히 현대인의 수명이 고령화되는 추세에서 만성병과 불치병, 이름 모를 병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각광받을 것이다.
과학이 더 발전한다면 침술의 진가를 규명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더구나 침술은 단순히 물리적 침술뿐만 아니라 한의사 역량에 따라 만물의 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론이 어쨌거나 치료 효과가 좋은 것이 치료 잘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일의 관건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의견을 말하려 하면 제약조건이 많다. 종교, 철학, 관습, 문화, 고정관념, 기득권 등이다. 그물의 코에 걸리지 않우려면 그래도 과학이라는 외피를 쓰고 그 쪽 언어로 말하는 것이 거부감이 덜 들 수 있는 공통어다.
현대과학은 물질과 마음을 혼동할 정도까지 발전해 왔다. 그래서 주로 그 언어로 얘기해왔다. 자기는 자기 아닌 것들로 항상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필자는 한의학의 비중과 외연을 넓히려는 충심(衷心)을 가졌다.
이에 천학비재를 무릅쓰고 처음부터 서슴없이 한의학을 한의학이 아닌 외적인 소재를 가지고 한의철학이라고 연재해 왔던 것을 해량(海諒)하여 용서하길 바란다.
최락완 교수(사우스베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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