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철에 접어든 요즘이지만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이들도 많다.
봄이 되면서 사지가 나른해지고 잠이 쏟아지는 증상을 흔히 춘곤증(春困症)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소화기 증상, 어지럼증, 두통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봄이 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활동량과 그에 따른 피로함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며 자율신경계와의 연관성도 있다.
교감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수면을 취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층 강렬해지는 봄볕과 산천을 물들이는 색들도 춘곤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춘곤증은 신체가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면 어느 정도 완화되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만성적인 수면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학기 초 낮 졸림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청소년은 개인의 수면 패턴과 실질적인 생활 패턴이 달라 발생하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DSPS, Delayed Sleep Phase Syndrome) 때문일 수 있다”며 “단순히 춘곤증이라고 판단해 별다른 대처 없이 방치했다가 장기적인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춘곤증과 수면장애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해 짙은 피로감을 느낀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도한 빛에 의한 노출, 담배나 카페인 등 감각을 각성시킬 수 있는 물질의 섭취 등을 피해야 한다는 점도 유사하지만 장기간 잠에 들지 못하거나 수면으로 인한 불편감을 느낀다면 춘곤증보다는 수면장애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처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개인의 수면 패턴과 실질적인 생활 패턴이 충돌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수면시간이 갑작스럽게 달라지는 청소년이나 근무환경이 달라진 직장인들에게서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 역시 자주 나타나는 수면장애로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못해 수면 질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심하게 느낀다.
낮 동안에는 특별한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성인의 5.4%가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최근 들어 조명을 받고 있는 수면장애다.
잠을 자다가 다리, 발, 손, 몸통 등에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감각을 느껴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유전적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트레스, 임신, 빈혈 등 질병으로 인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수시로 잠에서 깨기 때문에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 어려우며 심화되면 사지 떨림 등의 증세를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때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이 쏟아지며 일시적으로 근육이 이완돼 신체를 통제할 수 없어지는 기면증, 잠이 든 상태에서도 인체기관의 각성이 사라지지 않아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 동작을 통해 하게 되는 수면보행증,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장기간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가 있다.
이들 수면장애는 당사자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악화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자연의 상태로는 회복되지 않는 증세도 있어 전문가와의 상담을 요한다.
불면증이 지속될 때는 수면제 처방이 필요하지만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코골이가 심한 경우에는 수면제 처방이 오히려 코골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일시적인 수면장애로 수면이 부족하다면 휴일에 조금 더 잠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수면위상지연증후군과 같이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해 주어야 하는 상황에는 휴일 낮잠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과장은 “경쟁이 심하고 과도하게 억압된 환경에서 공부를 하거나 근무를 하게 되는 한국인에게 수면의 질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 시간을 자더라도 내 몸에 꼭 필요한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메디컬 한의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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