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산부들의 각종 병증도 체질에 따라 처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Dollarphotoclub_Martinan
오조∙징병∙임신복통 등 임신 여성의
주요 병증에 대한 체질 분석 및 처방
결혼한 여성의 가장 큰 건강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임신과 출산일 것이다. 별탈 없이 무사히 건강한 아기를 낳는다면 괜찮겠지만, 입덧부터 시작해 때로는 중한 병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임신과 관련된 각종 질환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처방에 대해 알아본다.
▲ 오조(惡阻)
임신 후에 구토가 나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을 ‘임신 오조’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금궤》에 두 방제가 나오는데,하나는 ‘계지탕’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인삼반하환’이다.
두 방제가 모두 성질상 온성인데, 허한(虛寒)의 정도에서 전자가 경하고 후자가 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기혈부족 혹은 한(寒) 체질은 약이나 음식 등으로 체질을 개선하여, 심한 임신오조를 미연에 방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후세에 열 체질로 인한 오조는 장중경의 ‘귤피죽여탕’을 가감하여 쓰기도 한다.
▲ 징병(癥病)
배꼽 이하 복부 내 혈괴적취(血块積聚)가 있는 것을 의미하며, 혈어(血瘀) 병리체질과 관련이 깊다.
다시 말해서 임신 여성에게 어느 하루 아침에 우연히 징병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일련의 누적되는 양변과정(量變過程)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에 《금궤》에서는 ‘계지복령환(桂枝茯苓丸)’을 주방으로 치료한다. 방중에 도인, 작약, 목단피는 바로 행어(行瘀)의 약물로서 변병(辨病)과 변증(辨證) 용약법이며, 동시에 체질용약법도 깃들어 있다.
그렇다면 방중에 계지와 복령은 어떤 작용이 있는가. 계지는 색이 적(赤)하여 혈분(血分)으로 들어가,혈분의 결취(結聚)를 산(散)하여 행어(行瘀)한다.
또한 맛이 신(辛)하여 산결(散結)작용이 있으므로,기분(氣分)의 결취를 산하여 하기(下氣)할 수도 있다.
중경은 행어하는 방중에 계지(桂枝)를 가장 자주 썼다. 예를 들면 도핵승기탕, 온경탕, 별갑전환(鳖甲煎丸), 토과근산(土瓜根散) 및 본방에는 모두 계지와 행어의 약물을 병용하여 온통행어(温通行瘀)의 효능을 일으킨 것이다.
임신부에게 활혈방제를 사용하기에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중경은 《내경》의 ‘유고무운(有故無殞)’ 이라는 정신을 받들어 대담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계지복령환의 네 약은 모두 혈분약이나,오직 복령(茯苓)만은 혈분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무슨 뜻인가.
구적(久積)된 혈이 뭉쳐서 징병이 되면 그 주위는 생기가 사라지고 불순한 액체가 집결하여 담습(痰濕)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자궁출혈이 있을 경우, 색이 대부분 암탁(暗濁)하다. 이것은 바로 복령이 담습을 배출하기 위해서 쓴 것이다.
한의학에 소위 담어동치(痰瘀同治)의 설(說)이 있는데,어혈이 흔히 담습을 겸한다는 관점은 아마도 본 방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때문에 본 방은 오늘날 각종 자궁질환(통경, 오로정체, 자궁내막염,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에 사용한다.
제형이 환약이므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해야지, 급효를 위해 대량의 탕약복용은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걔지의 온경행어(温經行瘀) 작용은 한응혈어(寒凝血瘀)의 병기를 가진 모든 병에 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계지복령환은 한(寒), 담(痰), 어(瘀)를 모두 다스리는 방제가 된다. 다만 계지 하나 만으로는 역량이 부족하니, 한체질이 어혈을 겸하거나 혹은 어혈체질이 한(寒)을 겸한 것을 조절, 치료할 때는 온경탕(温經湯) 혹은 오수유탕(吴茱萸湯) 등을 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우리들은 《외과증치전생집(外科證治全生集)》의 양화탕(陽和湯)도 연상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병인병기도 주로 한(寒), 담(痰)으로 인해 기혈이 뭉쳐서 근골, 혈맥, 기육, 관절 등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치법은 온양보혈(温陽補血),산한통체(散寒通滞)가 된다. 방중에 녹각교,건강탄(乾姜炭), 육계(肉桂), 마황(麻黄)등은 양약(陽藥)이고, 신온(辛温)의 백개자(白芥子)는 피리막외(皮裏膜外)까지 이르러 한담습체(寒痰濕滞)를 제거할 수 있다.
오직 숙지만이 음약(陰藥)으로 보혈(補血)을 한다. 따라서 본방은 양허체질이 담습과 영혈부족을 겸하는 음저(陰疽), 즉 음한성 옹저(癰疽)를 비롯하여 각종 내외과병증(골수염, 골막염, 복막염, 관절염, 맥관염, 천식, 기관지염, 좌골신경염 등)에 광범하게 적용할 수 있다.
▲ 임신복통(妊娠腹痛)
치료대표방으로 부자탕(附子湯)과 당귀작약산(當歸芍藥散) 등이 있다.
부자탕증에서 ‘복통오한자(腹痛惡寒者), 소복여선(少腹如扇)’은 하루아침에 발생한 증상(證象)이 아니라, 임신 전부터 원래있던 양허한성(陽虚寒盛)의 병리체질에서 기인한 것이다.
임신 후 전신기능대사가 임신 전보다 떨어지니, 임신 전부터 잠복해 있던 한기가 태아에 영향을 끼쳐 배가 더욱 창만해지고 6~7개월만에 ‘자장개(子臟開)’, 즉 자궁문이 열리는 현상이 출현하게 된다.
요컨대 부자탕증은 신양허한체질과 유관하다. 청말(清末) 팽자익(彭子益)에 따르면 “부자탕증은 육기(六氣)운동이 원만치 않아서,소음한수(少陰寒水) 기운만이 홀로 성한 병”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평소 신양이 부족한 사람은 병이 곧 표증으로부터 리(裏)로 들어가면 이 병이 된다. 《圓運動的古中醫學》”고 지적하고 있다.
부자탕은 진무탕(真武湯)에서 생강을 빼고, 인삼을 더한 것이다. 방중에 부자와 인삼은 바로 삼부탕(蔘附湯)의 의미이며, 체질용약법에 속한다.
그렇다면 작약(芍藥)의 용의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완급지통(緩急止痛)’에 작약감초탕을 쓰지만, 만약 양허(陽虚) 통증이 있으면 포부자(炮附子)를 함께 써서 온양지통(温陽止痛)의 효과를 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상한론》작약감초부자탕(芍藥甘草附子湯)이나 계지가부자탕(桂枝加附子湯) 등이다. 작약은 산미(酸味)로 수렴작용이 있어,부자탕증에서 나타나는 허양외월(虚陽外越)의 가열(假熱)을 수렴할 수 있다.
동시에 부자 등과 합용하여 작약의 한성(寒性)이 양허(陽虚)에 장애가 되는 폐단을 방지하기도 한다.
당귀작약산증의 병기는 간비불화(肝脾不和), 구체적으로 말하면 간울비허(肝鬱脾虚), 기혈울체습조(氣血鬱滞濕阻)의 소치다.
평소에 기혈이 허한 사람은 수액운화를 관장하는 비공능(脾功能)이 약하다. 게다가 임신 후에는 양태(養胎)를 위해 대량의 혈액이 필요하다.
이러한 혈액운행의 갑작스런 변화는 반드시 수습정체(水濕停滯)를 쉽게 발생시킨다.
중경은 이를 “혈불리즉위수(血不利則爲水)”라 하였는데, 혈액순행이 이롭지 않으면 혈맥 밖으로 삼투되어 수습(水濕)이 된다는 의미다.
수습은 다시 혈액순행에 영향을 끼쳐 혈액조체(血液阻滞)되면 복중급통(腹中急痛)을 야기하는데, 본방은 바로 수습혈동치(水濕血同治)의 주방(主方)으로 삼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혈 방면에는 당귀, 작약, 천궁으로써 양혈소간(養血疏肝)한다. 이것은 주로 임신부녀의 혈허체질을 위해서 쓴 ‘치본(治本)’ 즉 체질용약법이다.
수습(水濕) 방면에는 복령, 백출, 택사로써 건비이수(健脾利水)하니, 이것은 주로 대증(對症)치료의 ‘치표(治標)’ 용약법이다.
요컨대 당귀작약산은 수(水), 습(濕), 혈(血) 삼자를 함께 치료하는 대표방이라 할 수 있다.
‘혈부리칙위수(血不利則爲水)’에 대한 구체응용이다.
그 조성을 보면 사물탕에서 숙지가 제외된 형상이므로 보혈(補血)에 치우치며,보기력(補氣力)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기혈호근호용관계에서 혈부족은 종종 기허를 겸하므로, 임상 시에 황기, 당삼, 사삼, 산약 등 보기약을 선용하여 양혈(養血), 행혈(行血)을 도울 필요가 있다.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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