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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22, 2024

최락완 교수의 한의철학 ⑤

△ ‘나’라는 존재 안에는 우주전체에 대한 모든 정보가 빠짐없이 다 저장돼 있다.

사진ⓒfotolia_Blend Images

 

개인의 삶은 일체유심소조, 내 안의 우주를 찾자

 

마야(maya)는 인도철학 술어 중 하나로 ‘환영’을 의미한다. 일찍이 『리그베다』에서 인용됐으며, 주로 ‘신의 경이적 신비적 창조력’을 나타낸다.

이는 우파니샤드에서 계승, ‘우주적 환영’을 상징하기도 했고 근본물질인 프라그리티의 동의어인 경우도 있다. 대체적으로는 ‘환상’을 의미하고, 사물에 실체가 없는 것에 비유된다.

마야는 유(有), 비유(非有) 또는 정의할 수 없다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실체가 없는 신기루나 허깨비 같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 홀로그램이란?

홀로그램은 빛이나 파동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만든 필름에 나타난 3차원 현상이며 일반 사진 필름과 달리 모든 조각들이 필름 전체에 기록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은행카드 같은 게 아니라 레이저를 필름에 투과시켰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나의 필름은 무수히 잘라도 그 속에 각기 전체상이 들어 있어서 자르지 않은 원판과 같이 전체모양이 드러난다.

마이클 텔보트는 『홀로그램 우주』에서 두뇌의 모든 능력 역시 부분 존재하지 않고 각 부분이 전체 정보를 담고 있음을 밝혀냈다. 양자물리학자들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물질을 더 잘게 쪼개면 그 조각들은 더 이상 물질의 성질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가 때로는 단단한 작은 입자인 것처럼 행동할 때도 있지만 말 그대로 크기가 없다는 것도 밝혀냈다. 실험에 의하면, 관찰자가 존재할 때는 입자처럼 행동하지만 관찰자가 없을 때에는 파동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은 이런 아원자의 현상들을 단지 입자나 파동의 어느 한쪽으로 분류할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며, 이를 ‘양자’라 한다. 물리학자들은 그것이 온 우주를 형성하는 근본 질료라고 믿는데, 이는 마야에서 말하는 프라그리티와 상통한다.

 

접힌 질서 vs 펼쳐진 질서

이는 의식(관찰)을 하면, 우주의 정돈된 모습을 보이나 의식하지 않으면 혼돈 상태임을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데이비드 붐의 가장 놀라운 주장 중 하나는 일상 속 감각적인 현실이 마치 홀로그램과도 같은 일종의 환영이라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존재 더 깊은 차원의 현실 같은 것이 있어서 마치 홀로그램 필름이 홀로그램 입체상을 만들어내듯 모든 사물과 물리적 세계 현상을 만들어 낸다고 보고 있다. 이 실재의 더 깊은 차원을 ‘접힌 질서’, 우리의 존재차원을 ‘펼쳐진 질서’라 한다.

그리고 하나의 전자(電子)를 하나의 물체라고 보지 않고 전 공간에 펼쳐진 하나의 총체, 혹은 조화체라 부른다.

이는 유식론(唯識論)의 함장식인 아뢰야식의 발현과 맥락을 같이하는데, 모든 것들은 홀로무브먼트의 다른 측면이어서, 의식과 물질이 상호작용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어떤 의미에서는 관찰자가 관찰되는 것이다.

 

▲ 거리 초월 현상

물리학자들은 아원자의 미립자 하나를 둘로 쪼개면 서로 돌면서 반대편으로 달아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미립자에 힘을 가해 회전방향을 바꾸자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던 다른 쌍둥이 미립자가 상대 미립자의 방향에 즉시 조응하여 방향을 바꾸는 것이 관측됐다.

이 실험은 반쪽의 미립자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철저히 차단한 환경에서 진행된 것이다. 두 번째 미립자가 방향을 바꾼 것은 첫 번째 미립자의 방향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고 나서가 아니었다.

보어는 이를 ‘거리 초월 현상’이라 명명했는데, 정신현상에서는 ‘동시성의 원리’라고도 한다. 내가 누구를 만나려 생각했더니 우연찮게 그 시간에 상대방이 찾아오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이렇게 현대물리학의 여러 이론과 실험 결과를 볼 때 의식과 물질이 서로 충분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나와 우주

우선 나란 무엇인가. 나라는 객체가 객체로서 따로 존재할 수 있을까. 따로 존재하는 객체가 있을 수가 없다. 방 안의 공기를 한 시라도 숨 쉬지 않을 수 없고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없고 배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는 육체와 우주라는 대상이 소통하고 교류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나는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계가 없다. 일상에서의 생각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 안에는 우주전체에 대한 모든 정보가 빠짐없이 다 저장돼 있다. 이 물질의 세상은 원자로 이뤄져, 입자와 파동으로 변화되고 물질이기도, 에너지이기도, 의식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마음이나 생각을 바로 물질로 변환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마야와 홀로그램 우주’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이란 현상의 현실 속에서 고통을 없애고 행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홀로그램 우주에서의 삶은 일체유심소조이고 싶게 말해서 엿장수 마음먹기 나름이다. 세상은 화폭과 같다. 자기 나름대로 그린 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그린 그림에 실망하고 한탄한다. 스스로의 한계와 자기 속박이 자기를 제한시키고 힘들게 한다.

고통이나 불행의 근본은 이 우주에서의 분리감으로, 고통을 자초한다. 우리는 홀로그램 조각처럼 각자가 전체이며 또한 나름대로 독특하다. 일부러라도 분리되고 떨어지려 애를 써도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내 안에 온 우주가 다 들어 있다. 온갖 질료와 온갖 아이디어, 온갖 망상, 온갖 고통, 온갖 행복,

마음껏 가져다 쓰기 바란다. 내 안의 우주에서 아무리 퍼다 써도 마르지 않는다.

최락완 교수(사우스베일로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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