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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2, 2024

이정근 교수의 후세방 ④

△ 신경 과다로 인한 피로와 무력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엔 조직 긴장을 풀어주면 저하된 에너지 순환 체계가 정상으로 환원될 수 있다. 사진ⓒshutterstock_AVAVA

 

신경과다로 인한 기핍과 소화불량

30대 중반 소양인 남성의 치험례

 

필자의 후세방 처방 선방 기준은 ‘빈용 처방 101’의 저자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준한다. 상태이론은 인체의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병리 체계를 이해하는 이론이다. 이번에는 처방 선방을 위한 병인을 의미하는 ‘밖운영감‘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각 용어의 이해

‘밖’은 ‘밖같이’라는 외인을 의미한다. 인체 외(外)에 존재하는 외부의 어떠한 요인들을 뜻한다. 예를 들면 기후나 직업, 의복, 주거지 등의 생활에 따른 자극을 소위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운’은 운동량을 이야기한다. 운동량의 과소, 과대로 인해 많은 병들이 발생되는 요즘 중요한 항목이다. 운동량의 과소는 과체중과 순환 부족 및 체액의 변화를 가져오며 운동량의 과대는 체적, 체력의 감소, 정(精)의 과소모, 인대와 근의 손상을 초래한다.

‘영’은 영양을 이야기하고, 과영양과 영양부족, 영양의 편중으로 현대인들은 많은 병을 가지게 된다.

‘감’은 칠정과 같은 감정과 심리를 말하며, 칠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리가 여러 형태의 병리가 된다. 다음은 ‘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향소산(중통 17보)을 이용한 기핍과 의욕 상실을 치료한 사례이다.

 

▲환자의 증상

일전에 내원한 이 환자는 체격이 좋고 몸집이 있으며 성격이 빠른 30대 중반 남성으로, 열성 소양인이었다. 본원을 찾기 전에 기핍으로 두 번의 보약을 복용하였으나 기핍이 해결되지 않아 진료를 의뢰하게 된 사례였다.

환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은 한 달 내내 몸에 힘이 없고 의욕도 사상한 상태로, 쉽게 피곤하고 우협하 부위가 그득하여 힘들었다. 또한 가슴이 답답한데, 특히 공복 시에 더 심해지며 하루에 2~3차례 답답함을 느꼈다. 이와 함께 한달 전부터 이성 문제로 신경을 쓰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는 부가 증상에 대하 알아본 결과, 추위와 더위는 보통이었고, 수면과 식욕, 소대변 등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식사를 하고 나면 막힌 듯 하고 답답한 소화불량이 있었다.

 

▲변증

이 남성 환자는 기질이 빠른 열성 소양인이다. 소양인은 기질이 빨라 일을 진행하기 전에 사전에 심사 숙고함이 없이 무조건 저지르고 보며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은 잘하는 반면 마무리가 잘 되지 않은 편이다. 기질이 빠르기에 성격적으로 화를 쉽게 잘 내는 편이고 뒤끝이 없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달 전부터 신경 쓰는 일이 많아 우협하가 그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체는 스트레스를 대항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평상시 대항할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아예 포기를 하고 체념을 하지만 대항할 에너지가 충분한 사람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항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기핍의 형태가 발생하게 된다. 상기 환자는 기핍의 형태로 보약을 복용하였으나 오히려 몸이 더 처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에너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잘 돌릴 수 있는 에너지 순환 체계가 일시적으로 망가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에너지 순환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는 이기제의 형태로 방이 구성된 방제를 처방한다면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는 보약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체계가 이상이 없다면 보약을 처방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이 환자의 병인은 신경 과다로 보인다. 신체조건은 체열이 상, 체질은 소양인, 체격이 좋은 편이고 장부허실로는 소화력이 좋아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 체력은 중, 신체상태는 장시간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그 에너지 순환 체계의 기능이 저하되었다.

‘밖운영감’ 중에서 ‘감’ 즉 감정에 해당한다.

 

▲치법

신경 과다로 인한 조직의 긴장을 풀어주면 저하된 에너지 순환 체계가 정상으로 환원될 것으로 사료되어 단순히 이기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처방구성을 살펴보면, 신경 과다로 인해 발생된 질환에 쓸 수 있는 처방으로는 향소산, 행기향소산, 신계향소산, 분신기음, 칠제향부환, 귀비탕, 교감단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사시상한에 쓰였던 향소산이 적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소산는 상한에 쓰였던 방제인데 외감으로 인해 조직이 긴장되는 것과 신경과다로 인해 조직이 긴장되는 것이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향소산을 신경과다로 인한 조직의 긴장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된 조직이 이완되고 에너지 순환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기핍은 해결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평위산에 후박 대신 향부자, 소엽이 들어 있어 신경과다로 인한 소화불량을 충분히 개선시킬 것이라 사료되었다.

 

▲투약 및 경과

가장 처음엔 신경과다로 인한 기핍과 소화불량을 목표로 향소산 2배량 20첩을 투약하였다. 환자는 향소산을 복용하자 몇 일 지나 소화기가 편해지고 가슴 답답함이 사라졌다. 또한 복용 5일쯤부턴 기핍 증세가 좋아지고 몸에 힘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투약내역을 살펴보면, 『방약합편』 중통 17보 향소산 2배량 10일분으로, 향부자 소엽 8g, 창출 6g, 진피 4g, 감초 2g, 생강 3편 등이었다.

이정근 교수(남가주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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