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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2, 2024

최락완 교수의 한의철학 ②

△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사진 © Dollarphotoclub_Deklofenak

 

하루 5~10분만 꾸준히 해도

심신이 건강해지는 평범하나 특별한 비결

 

‘한의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침이나 한약으로 환자를 치료한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의’의 근본은 단순한 증상 치료에 있지 않다.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몸은 마음과 닿아있고, 마음은 다시 몸으로 이어진다. 심신을 따로 떼어놓고 보기란 힘들다.

아픈 증상은 물론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기본을 준비하는 것이 어쩌면 한의 치료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의사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더 나아가 환자에게도 전할 수 있는 ‘마음 다스림’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에서 온 6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결혼하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을 보기 위해 왔다.

하지만 미국에 온 지 채 사흘도 안 돼서 한국에 있는 남편과 마흔 살이 넘은 장가 안 간 아들 걱정을 한다. 밥은 잘 해먹는지, 빨래나 청소 같은 집안일은 문제가 없는 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그녀가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 사는 딸 걱정을 부지런히 했다.

이런 습관은 결국 병을 불렀다. 그 아주머니는 얼굴에 기미가 새카맣게 끼고 관절염에 무릎통증에 소화불량과 함께 불면증까지 있다. 그럼에도 걱정 근심은 끊어질 새가 없다.

 

▲ 걱정이 병을 부른다?

미 국립 과학재단에 따르면, 일반적이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경우, 사람은 보통 하루에 평균 실제로 5만 가지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95퍼센트 이상이 부적합한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 보면, 고대 중국 기나라에서 살던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이야기에서 ‘기우(杞憂)’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생각하는 것이 대개가 이렇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인 조바심, 두려움, 이런 생각의 과잉들이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 화, 증오, 자책, 등등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심인성 질환들을 일으켜서 고혈압, 수면장애, 당뇨, 암 등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몸의 병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는 병의 원인을 내인, 외인, 불내외인의 세 가지로 나누지만, 이렇게 본다면 내인이 95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 명상하는 방법

그렇다면 이 95퍼센트를 차지하는 병의 원인인 그릇된 생각을 개선시키고 잘 다스리도록 한다면 더 바람직하고 시급한 일이 없을 것이다. 마음의 고통도 없애고 그래서 몸의 병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더군다나 돈도 들지 않는 방법이니 모두가 환영할 것이다.

걱정 근심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다. 이 방법은 첫째 고요히 앉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천천히 숨이 아랫배로 깊숙이 내려가도록 심호흡을 열 번 정도 한다. 호흡에 집중을 하면 잡념이 사라진다.

그래도 잡념이 일면 하나에서 열까지 호흡에 따라 숫자를 센다. 중간에 숫자를 잊어버리면 잊지 않을 때까지 센다. 그러면 거친 잡념이 사라질 것이다.

이 방법의 둘째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를 남 같이 보는 것이다. 소설가가 소설 속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을 보듯이 자기의 생각이나 행동을 관찰해보는 연습을 한다.

자기의 생각이나 행동을 객관화 시켜보면 몰랐던 지혜가 생기고 좋은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자기 혼자 왼손 오른손으로 바둑 두듯이 자기의 생각도 보이고 남의 생각도 보인다. 자신도 이해가 되고 남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평정심이 생긴다.

 

▲ ‘알아차림’을 연습하라

이 방법의 셋째는 오분 전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오분 전의 생각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살펴본다. 그 때의 그 몸과 생각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오십 분 전을 생각해본다. 오십 분 전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은 달라졌는데 ‘나’라는 동일감은 어째서 계속 되는가.

다섯 시간 전에는? 열흘 전에는? 일 년 전에는? 십 년 전에는? 삼십 년 전에는? 오십 년 전에는? 그 때와 지금은 천양지차로 다른데, 아이와 어른으로 몸과 마음이 다른데, 어째서 ‘나’라는 동질감은 지속되는가.

육십 년 전에는? 칠십 년 전에는? 엄마 뱃속에 있기 전에는? 그래도 이 ‘나’라고 하는 알아차림이 계속 따라붙는 것은 무엇일까.

오감과 생각과 감정이, 육신이 사라져도 ‘나’라는 알아차림이 지속되는 것을 알게 된다. ‘나’라는 주체가 오로지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라는 주체가 텅 비어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나’라는 주체가 온 우주에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오직 알아차림만 존재함을.

 

▲ 환자 치료에도 활용

클리닉을 하다 보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든 환자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 환자들은 단순한 증상 치료로는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증상이 낫는다고 해도 다시 생길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마음을 함께 돌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의 세 가지 방법을 하루 10분이나 5분씩이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심신의 건강을 찾게 되고 무엇인가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근심 걱정 또는 잡념이 많다고 생각되는 한의사라면, 한 번 이 방법을 사용해보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면, 환자에게도 알려주자. 침이나 한약 등의 전통적인 치료와 함께 이 방법이 더해진다면,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최락완 교수(사우스베일로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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