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에서 ‘아토피’로 진단한 대부분의 환자들도 한방 처방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사진(C)shutterstock_fotohunter
환자 증상이나 체력, 병인 등 살펴 진단
난치에 속하는 피부질환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아토피는 피부 질환 중에서 한방 요법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되는 질병에 속한다. 아토피의 치료법에 관하여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데, 병인론(病因論)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임상에서 효과가 좋은 주요 처방으로 접근하면 좀 더 쉬울 것 같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피부과 의사에 의해 아토피라고 진단을 받은 환자의 90%는 이번에 소개하는 황련해독탕, 소풍산, 온청음, 당귀음자 등 4개 처방으로 거의 완치까지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다. 각 처방에 대해 살펴보겠다.
▲황련해독탕
얼굴에 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아토피로서 맥이 약하지 않으면 본방을 사용한다. 얼굴에 아토피가 심하고, 손과 다리, 복부에 염증이 있어도 역시 이 처방으로 효과가 잘 나타난다.
만일 얼굴의 염증이 붉고 심하면서 소화력이 좋으면 석고를 가해서 쓰고, 다리에 염증이 심하면 습열(濕熱)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목통을 가한다.
대변이 굳어지는 사람에게는 호마인 또는 적하수오를 가하고, 평소 대변이 무르면서 본방을 복용하고 나서 대변 횟수가 늘어나면 삼령백출산의 의미로 산약, 의이인을 더해주면 대변이 너무 무르지 않게 되면서 횟수도 줄어든다.
본방을 사용하고 나서 피부 상태는 좋아지지만, 위장 부위에 통증이 생기면 건강 혹은 양강을 조금 가해준다. 또한 피부 염증에서 진물이 많이 흐르면 형개, 방풍을, 소양증(搔痒症)이 심하면 고삼, 선퇴를 각각 가한다.
특히 야간에 소양증이 심하면 생지황을 넣어준다. 또는 숙지황을 생지황으로 바꾼 사물탕을 합방하고, 혈열(血熱)을 청해(淸解)하는 목단피, 단삼 등을 추가해도 좋다.
▲소풍산(外科正宗)
당귀, 지황, 석고, 방풍, 창출, 목통, 우방자, 지모, 호마인, 선퇴, 고삼, 형개, 감초 등이 들어간 처방이다. 한마디로 황련해독탕에 이 약재들을 모두 가하여서 사용하면 나오는 것이 바로 소풍산(消風散)이다.
본방은 병인적으로 어느 한 쪽에 쏠려 있지 않고, 화·습·풍·열 등이 모두 섞여 있는 피부염에 쓰이는 처방이다. 황련해독탕의 여러 증상들이 착잡하여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 사용한다.
가감의 방법은 황련해독탕의 역순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부염증이 심하게 붉지 않고 소화력이 다소 약하면 석고를 빼고 사용하고, 대변이 물러지면 흑지마를 빼고 사용하는 것이다.
본방을 사용하는 특이한 임상례 중 하나는 아토피가 극심한 사람으로 체력이 심하게 쇠약해져 있는 경우엔 몇 몇 약물을 대용량으로 증량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가령 야간의 소양증이 극심해서 잠을 이룰 수 없으면서, 갑상선의 기능이 극도로 저하되어 다량의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 아토피 환자에게는 건지황 대신 생지황 20~40g, 석고 8~12g, 황기 20g~40g을 각각 추가해 사용한다.
이 경우, 부수적인 여러 증상들을 본방의 다른 약물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아토피와 함께 다양한 증상들을 동시에 치료 가능하다.
소풍산은 황련해독탕, 백호탕, 사물탕, 패독산 등의 처방이 합쳐져 새롭게 만들어진 처방이다. 증상에 따라서 각 처방의 특성을 강화함으로써 극단적인 경우의 다양한 아토피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공능을 가지고 있다.
▲온청음
본방은 황련해독탕과 사물탕을 합방하여 만든 것이다. 황련해독탕의 증(證)으로서 혈부족이 있을 때 사용한다.
아토피의 증상으로서 황련해독탕을 쓰고자 하는 경우, 증상이 야간에 심해지면 이것은 대표적인 혈부족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복진상 제하연약(臍下軟弱), 제하함몰(臍下陷沒) 같은 지황의 증이 나타나면서, 복직연급 또는 제좌하(臍左下)의 안압(按壓) 시(時) 연급통(攣急痛)의 작약 등이 있으면, 황련해독탕에 사물탕을 합쳐서 사용한다.
온청음의 증상은 황련해독탕의 증상보다 다소 완만하며 허증이다.
▲당귀음자
당귀, 작약, 천궁, 숙지황, 질려, 방풍, 하수오, 형개, 황기, 감초 등을 합방한 것이 바로 본방이다.
피부질환에 광범위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처방이 황련해독탕인 것은 이미 위에서 언급했다. 그런데 고한(苦寒)한 성격의 황련해독탕을 사용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때로는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 본방을 사용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본방은 온청음보다 좀 더 허증인 경우에 사용한다.
평소에 소화력이 왕성하지 않고, 혹은 편식을 하거나 일정량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면 배탈이 잘 나는 사람들의 피부질환에 본방을 사용할 때가 많다.
언뜻 보아서 피부의 염증이 붉고 성하여서 고한제(苦寒臍)를 사용해야 될 것 같아도 소화력이 약하면 본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당귀음자를 사용할 때 염증이 심하여 실증(實證)이 조금은 있다고 파악되어서 황백, 황금 등을 추가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황백, 황금 등의 고한제를 빼고서 본방만을 사용하여야 할 증상이다. 효과가 나타난다면 이것은 당귀음자의 증이라기보다는 온청음의 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주봉 원장(한국 샬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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