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미국, 호주, 영국의 새로운 3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하면서 미국이 오랜 동맹이자 우방인 프랑스에 귀띔조차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잔인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파를리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2013년 시리아 공습을 포기했을 때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방적으로 철군했을 때 등 실망을 안겼던 일화를 거론하며 “이러한 추세를 알아채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에 따라 유럽을 챙기는 비중이 작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에 대한 신뢰가 더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전화 통화에서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을 분명히 하고 대화를 재개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라며 심도 있는 대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호주는 오커스 발족을 계기로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하고, 프랑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2016년 맺은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12척 공급 계약을 파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프랑스는 바이든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신안보 동맹 결성을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소식을 접한 데 대해 크게 분노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호주와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수를 뒀다.
영국에 대해서는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다 오커스 결성에 있어서 영국이 차지하는 역할이 미미했다고 평가 절하하며 영국 주재 대사를 불러들이지 않는 등 의도적 무시 전략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