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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2, 2024

주세종 교수의 최신 임상 본초와 약리 ①

△  『최신 임상본초와 약리』. 구입문의 [email protected]

 

고전적인 본초의 지식을 현대 의학적∙약리학적으로 해석하려면?

본초나 방제의 새로운 접근에 대한 이해의 지평선을 확대해가는 방법론

 

필자는 최근에 『최신 임상본초와 약리』를 출간했다. 이 책은 현대의 약리학과 의학적 지식으로 본초를 설명하고, 이런 재해석이 임상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적용 및 활용될 수 있는가를 밝혀 두었다.

더 많은 임상본초와 약리에 대한 정보를 현대적인 시각에 접근해 분석해 놓은 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기 위해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임상에 널리 응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초의 현대적 이해

한의사가 하나의 방제를 분석하거나 응용할 경우, 본초의 고전적 지식에는 현대적 이해에 동떨어진 설명이 허다해 이해 불가한 해석에 미혹될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전문가가 한의학의 기본인 음양을 이분법으로 이해할 것인지, 생리 혹은 병리로 납득할 것인가에 기인하기도 한다. 더불어 한의학의 고전적 용어나 한자를 단순히 현대의 소리 개념으로 바꾼 데에서 오는 바도 많다. 이를테면 특징을 특점, 작용이나 기능을 공능 그리고 효능을 공효라 표기하여 한자의 소리는 옮기고 뜻은 버렸으니 이해 불가하다.

흉협고만에서 ‘고’와 ‘만’의 지시어가 조건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 하니 더욱 난해해진다. 또한 감초사심탕의 적응증에서 ‘호혹(狐惑)’을 소리글자로 바꿔 문자 해석만 고집하면 ‘여우가 미혹하다’의 뜻이 되니 그 방제의 적응증은 불명료해진다.

이런 전반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한 측면에서, 본초의 불명료한 설명이 약리학이나 현대 의학에 바탕을 두고 임상 경험의 여러 내용을 집적한 것이 바로 『최신 임상본초와 약리』다.

 

▲ 해석의 방법론

앞으로의 연재는 이 책을 중심으로 본초와 방제에 대한 약리학적∙의학적으로 방제 약리를 설명할 계획인데 글의 특성상 각주는 생략하고 본문을 주로 살필 것이다.

또한 본초나 방제에 대한 설명이 고전적 정보와 함께 새로운 내용으로 명확해진다. 이는 본초나 방제의 새로운 접근에 대한 이해의 지평선이 어떻게 확대되나, 방제의 구성 내에서의 변화 의미, 그 구성의 외적 변화, 방제의 기존 적용에 대한 새로운 설명, 방제의 기존 적응증과 전혀 새로운 응용의 해석 등이 주안점이다.    

본초나 방제에 대한 새 지평선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후술될 약물 성분의 이해나 처방의 약동학에 의한 방제 약리의 파악보다 대단히 중요한 방법론적 얼개이므로 많은 지면이 할애될 것이다. 이는 방법론이 서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구상력, 구성력 그리고 논리적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본초의 새로운 해석

결국 기존 지식을 맹신하기보다 생산적으로 파괴할 때만이 생산적 혁신이 가능하다. 이는 많은 분야에서 시도돼왔고, 그 결과 사고가 비약돼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가 열려 인류 문명이 발전해왔다.

그 진부한 예로 천동설과 지동설이 있다. 외계의 발달된 과학 문명과 지구 문명의 접촉을 다루는 영화에는 두 가지 플롯이 상존한다.

외계에서는 지구 문명이 겪었던 천오백 년 간의 학문과 과학적 공백기를 거치지 않아, 지구 문명보다 과학이 더욱 발달되었을 것이라는 전제다. 마지막에 승리하는 것은 외계 문명에 없는 것으로 추론되는 종교적인 관점 또는 인간성의 관점에서 지구 문명이 진보된 외계 과학 문명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념할 전제는 지구 과학 문명이 부진한 것은 종교적 교리로 위축된 문명 암흑기에 기인해 낙후됐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이백 년 동안 지구 과학 문명 발달의 성과를 두고 가늠할 경우, 지구 문명은 외계의 그것에 압도된다.

이런 암흑기에도 그 시대에 전횡되던 사상에 맞서 신지식이 있었다. 그 중 하나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기존 지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신관점, 신지식을 창조하는 사고의 전환 과정을 일컫는다. 학문에는 이런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한의학도 예외가 아니다.

데카르트가 주창했던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기본 사고는 선행돼온 존재론을 뒤집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은 모두 신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니 회의하고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봤다. 이 사상은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터모더니즘을 거쳐 기존 지식을 벗어난 탈중심적 다원적 사고인 담론을 창도하는 주요 사상적 단서를 제공했다. 기존 지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상의 방법론을 열었던 것이다.

또한 후기모더니즘에 영향을 미친 많은 학자들 중엔 니체도 있다. 신은 죽었다고 역설했던 그의 초인 사상은 다분히 동양 철학의 음양으로도 설명된다. 음양은 미분화된 원리와 분화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인데, 미분화된 원리에는 이른바 태극, 무극, 성, 리, 도, 진여 등이 해당된다.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하락해 다시 양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태역, 태초, 태시, 태소의 네 단계로 설정되고 그것은 형식과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니체는 이 과정을 어두움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파괴적 허무주의, 한없는 나락에서 바늘 끝보다 작은 불빛을 찾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초인의 사상은 생산적 허무주의로 봤다.

니체의 사상을 한의학으로 아전 인수하면, 파괴적 허무주의는 본초나 방제의 기본 지식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생산적 허무주의는 지식을 새롭게 창조 및 해석하고 적용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세종 교수(사우스베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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