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본격 경영에 복귀한
사우스베일로 박준환 이사장 인터뷰
그가 돌아왔다. 물론 한의업계를 완전히 떠났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의대를 넘어 종합대의 꿈을 꾸며 마치 30대 청년처럼 돌아왔다. 사우스베일로(SBU) 박준환 이사장<사진>의 얘기다. 80대가 훌쩍 넘은 박 이사장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의업계에 돌아온 소감은.
“한의대를 떠난 적은 없었다. 경영 일선은 아니어도 이사장으로서 늘 책임감을 갖고 지켜봤다. 지난 몇 년 동안엔 CalUMS(California University of Management & Sicence; 캘리포니아 경영과학대학)의 총장으로 더욱 신경 썼으나 한의대가 침체됐다고 느껴 행정에 복귀한 것뿐이다. 학교 인증이나 정부 보조금 등의 문제로 1~2년 안엔 힘들겠지만 앞으로 4~5년 정도면 CalUMS도 SBU 이름 안에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SBU가 한의대를 넘어 명실공히 종합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하겠다”
-앞으로 한의대 조직은 어떻게 운영되나.
“결국 이사장 총괄체재로 간다. 본교인 애너하임 캠퍼스와 버지니아 캠퍼스는 제이슨 신 총장이, LA 캠퍼스는 권태운 총장이 업무를 맡는다. 또한 CalUMS도 별도 총장이 있다. 앞으로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내실을 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버지니아 캠퍼스 경영권 문제는.
“법을 어기고서는 학교 운영이 힘들다. 소송 문제는 좀 더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잘 해결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
-남은 하반기 동안 주요 계획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미에 한의를 전파하는 것이다. 이미 도미니카 공화국 의사 5명이 SBU에서 공부하고 가주 한의사 면허를 획득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한의를 알리려 했으나 도미니카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다시 미국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남가주 지역엔 많은 남미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한의에 대해 호의적이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엔 남미에도 한의가 널리 전파될 것으로 본다. 그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가지 계획은.
“교육에 ‘아름다움’을 부가하는 것이다. 겉모습은 물론 마음도 아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양방과 함께 한방적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내년 초엔 CalUMS에 패션 디자인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미국사회에 서양 패션뿐 아니라 한복의 아름다움도 알리고 싶다. 또한 한의학과 한복의 철학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한국인의 철학을 전파하는 데에 더욱 시너지를 낼 것이다”
-한의 교육에서 강화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리서치’다. 한의는 미국 주류 의료사회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는 리서치를 하기 힘든 환경이다. 때문에 양방과의 공동 리서치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1년 가까이 양방 병원과 공동 리서치를 해왔고 다른 병원에서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수퍼바이저나 교수뿐 아니라 박사 과정 학생들을 적극 투입해 경험과 노하우를 만들어 가겠다. 이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한의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양방을 통해 입증해가는 리서치를 통해 미국 주류사회로부터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수진은 어떻게 구성되나.
“한국에서 유명 교수를 모신 적도 있었으나 의외로 미국 적응에 힘든 경험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방식이 다르고 한의사 면허 시험 유형이 다르며 문화적인 환경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유능한 동문들을 지속적으로 교수로 영입해 왔다. 후배들이 곧 학생들이기에 더욱 애정을 다해 가르치고 학생들도 잘 따른다. 이런 방침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클리닉 운영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이미 많은 환자들이 SBU 클리닉을 찾는다. 하지만 단순히 ‘환자 수가 많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면허 취득 후에도 환자를 잘 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왔다. 또한 졸업한 동문들을 위해 클리닉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환자를 끌기 위해 인근 동문들과 경쟁하는 체재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한의대를 연 계기가 있다면.
“나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중2 때 해방을 맞았다. 겨우 연세대에 입학해서는 한국전쟁이 발발해 참전해야 했고 1955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35년 동안 대학강단에 섰다. 월남전으로 미국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내가 뚜렷한 가치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10년을 고민하며 모국인 한국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1972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동양문화와 사상이 들어오면서 한의학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 우리 민족의 ‘한 사상’과도 가장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간 2주년을 맞는 본지에 한 말씀 해주신다면.
“왜 없었겠는가. 1977년 SBU를 설립했다. 사우스베일로(South Baylo)는 영문 이름이 아니라 ‘사우수 배일로(思優秀 倍一路; 항상 우수를 생각하며 한길로 끊임없이 정진한다)를 딴 것이다. 어쨌든 기대를 갖고 개교했으나 1980년대를 지나면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늘 고생했다. 대학교수로 번 돈을 모두 다 털어 놓을 정도였다. 또한 학생도 교수진도 부족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현재의 SBU가 됐다. 메디컬 한의도 끈기 있게 최선을 다하면 꼭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진해 달라”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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