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체질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면, 그 치료 효과도 배가된다. 사진©Dollarphotoclub_leungchopan
치료 술어는 물론 병인·병기·치료 방약으로부터 체질을 탐색하라!
비슷하게 마른 사람이라도 그 원인에 따라 각각 체질 및 치료법도 달라
《혈비허로병편(血痹虚勞病篇)》에서 ‘존영인(尊榮人)’이란 ‘골약기부성(骨弱肌膚盛; 뼈는 약한데 몸이 비만)’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혈비병의 근본 원인이다.
《흉비심통단기병편(胸痹心痛短氣病篇)》 등에서 보이는 ‘남자 평인(男子平人)’또한 ‘장병미병(將病未病; 병이 되려는 과정. 아직 병은 아닌 상태)’의 병리체질이다.
즉 외형상으로는 정상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장기혈이 이미 허약한 병리체질을 갖고 있으며 아직 허로병(虚勞病)까지 이르지 않은 상태다.
‘평인’은 체내에 병리산물이 잠재해 병증이 될 조짐이 있어도 아직 미미하지만, 오랜 기간 방치하면 담음(痰飮)이나 어혈(瘀血), 숙식(宿食)등 유형 ‘실사(實邪)’에 의한 질병을 초래한다.
▲’마른 사람’의 원인
《혈비허로병편》에 보이는 ‘실정가(失精家)’ 또한 간헐적으로 활정(滑精)이 있는 병리체질이지만, 더 진행되면 항상적 유정병(遗精病)이나허로병(虚勞病)에 이른다. 같은 유정(遺精)이라도경중(輕重)차이가 있어서 경한 것은 병리체질에, 중한 것은 질병에 각각 속한다.
《담음병편(痰飮病篇)》에서 ‘소성금수(素盛今瘦)’의 ‘소성’은 본래 양허습성(陽虚濕盛)의 비만상태를 말한다. 또한 《중풍력절병편(中風歷節病篇)》에서 보이는 ‘성인(盛人)’도 모두 소체가 허한 비만체질이다.
청대 우재경은 《금궤요략심전(金匮要略心典)》에서 “밖에서 보면 풍채가 있어 보이지만, 내로는 기가 부족하다”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
《담음병편》에는 “가령 마른 사람(瘦人)이 배꼽 아래가 뛰는 계동감(悸動感)에 묽은 침(涎沫)을 토하고 현훈이 있다면, 수음(水飮) 때문”이라 했다.
명대 조이덕은 “마른 사람은 타고난 형태(禀形)와 병으로 인한 형태(因病瘦形)가 있다···지금 마른 사람은 병이 아닌 선천적인 것”이라 말했다.
여기서 수인(瘦人)은 선천적인 품형, 즉 허약분질(虚弱体质)을 가리킨다. 또한 위의 《담음병편》에서 말한 “금수(今瘦)”는 병리성 비만체질(素盛)이 병증으로 발전하면서 마른 것이다.
▲時令氣候로부터의 체질
《장부경락선후병편(臟腑經絡先後病篇)》에서 “풍기(風氣)는 만물을 생할 수 있지만, 또한 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풍기(風氣)가 인체에 작용했을 때에 모든 사람이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그 발병여부는 역시 체질강약에 있다.
이어서 “자연계의 풍사 등 외사가 인체를 침범해도 사람이 사망에 이른다(客氣邪風中人多死)”라고 했는데, 이 또한 허약체질을 뜻한다.
또한 같은 편에서 이상 기후를 언급했는데, 절기보다 기후가 먼저 이르는 것(先至), 절기가 됐는데 기후가 아직 이르지 않는 것(不至), 절기가 지났는데 기후가 지속되거나(不去), 어떤 한 기후가 과도한 것(太過)들은 모두 발병의 외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모든 사람이 병을 얻는 것은 아니며, 평소 병리체질인 자가 상대적으로 쉽게 병을 얻는다.
《혈비허로병편》에서 “허노(虛勞)환자가 맥이 부대(浮大)하며 눌러보면(按) 무력하고 수족번열이 있는데 춘하에 심해지고 추동에 차도가 있다”고 했다.
부대맥은 음허양항의 병기를 나타내니, 이 허로병은 음허 열체질에서 기인한다. 병정(病情)이 춘하의 온열기후에 의해 심해지고 한량한 추동이 돼서야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질병 발생과 발전은 외인과 내인이 상호 결합하여 형성되지만, 주로 내인의 체질상태에서 결정된다.
장중경은 이를 종합해 《내경》 체질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방약까지 운용, 체질의학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했다.
《상한론》 육경병은 체질 음양을 알기 쉽고 병의 유형이 분명한데 반하여, 《금궤요략》 중에는 체질내용이 경락, 장부와 양강십요(两綱十要)의 변증논치 속에 있다.
《금궤요략》 병증과 치료는 《상한론》 체질 논치의 연속 확대과정이라 말할 수 있으며, 그 병증의 병인과 병기로부터 체질을 변별해야 한다.
▲기혈 진액병증과 체질
담음병은 양허체질의 기초 위에, 폐비신의 공능불리에 의한 진액대사장애로 수액이 국부 혹은 전신에 정체된 질병이다. 병세가 완만하면 양허체질을 다스려니, <담음병편>에서 제기한 “담음병자 당이온약화지(痰飮病者當以溫藥和之; 담음병은 마땅히 온약으로써 조화한다)”란 뜻이다.
그런데 양허체질로부터 기인하는 담음병을 어째서 “열약으로 보양한다”고 하지 않을까. 이는 열성이 강한 약은 성미가 너무 조열하여 오히려 음을 손상하거나 이미 형성된 담음을 열성으로 전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어서다.
예를 들면 담음병을 치료하는 영계출감탕,오령산, 신기환, 목방기탕 등에 모두 계지가 있다. 이는 소량의 온약으로 체질조절로 양기를 완만히 진작하면 삼초주리가 열려 수도가 통행케 된다.
그러나 이미 담음병이 된 것은 양허체질에서 진일보 발전한 병변이므로 ‘병세가 급한 것은 표(標), 즉 병증을 먼저 치료한다’는 원칙에 따라 담음제거를 위주로 한다.
구체적으로 발한법에 소청룡탕은 일체 한성담음에 의한 해소, 천식, 맑은 콧물에 쓰이는데, 양허체질에 대해서는 용량을 보통 적게 쓴다.
그 약성이 너무 온산(温散)하여 과량 시 허양(虚陽)을하초로부터 끌어 올려 충역(衝逆)의 기(氣)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궤요략》에서는 계령오미감초탕(桂苓五味甘草湯)을 쓴다.
이수법에서 택사탕은지음(支飮, 水飮이 흉격심폐지간에 머물러 있는 병) 치료방이며, 택사와백출을 5:2로 쓴다. 오늘날엔 메니어 종합증(현훈증), 돌발성 이농(耳聾) 등은 물론 산사, 단삼 등을 더해 고지혈증도 치료한다
정력대조사폐탕은 지음 치료방으로서 정력자를 가루 내어 황기, 부자와 함께 폐원성심장병으로 인한 부종을 치료한다
기초력황환은 변비와 소변이 모두 이롭지 않고 부종이 있을 때 사용한다. 담음병을 치료할 때는 본래의 양허체질에 주의한다. 예를 들면 정력자는 성미가 고대한(苦大寒)하여양허의 폐원성심장병을 치료할 때는 반드시 온보약을 더해 쓴다.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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