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C
Los Angeles
18.4 C
New York
Tuesday, November 5, 2024

이정근 교수의 후세방③

△ 반하백출천마탕은 현훈과 신중을 치료하는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사진©shutterstock_fotohunter

 

두 달 동안 심한 어지러움증, 50대 태음인 여성

 

 

필자의 후세방의 처방 선방의 기준은 ‘빈용 처방 101’의 저자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준한다. 상태이론은 인체의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병리 체계를 이해하는 이론이다.

이번에는 지난 호에 소개했던 조직의 변화에 대한 표현인 ‘늘굳쳐감’ 중 ‘늘’, 즉 조직이 약해져서 이완 및 확장된 병리에 대한 치험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보중익기탕증에 해당한다. 기허성 탈항· 음탈 및 조직의 이완을 의미한다.

다음은 ‘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반하백출천마탕(중통 115보)을 이용한 현훈과 신중을 치료한 사례이다. 참고로 반하백출천마탕은 임상에 있어 현훈과 두통에 빈용하는 처방 중에 하나다.

 

▲환자의 증상

하루는 50대 초반의 여성이 내원했다. 이 환자는 인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점잖은 50대 초반의 태음인으로, 필자의 한의원을 방문하기 두 달 전부터 갑자기 어지러워 힘들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른 한의원에서 ‘신허’라는 진단을 받고 색이 진한 한약을 복용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해져서 필자의 한의원까지 오게 됐다.

이 환자의 주 증상은 ‘어지러움증’이었다. 환자의 표현대로라면 “두 달 전부터 어지러워 못 살 정도”이며, 이와 함께 몸이 무거운 증상이 생겼고 특히 아침에 심하다고 했다. 또한 시물모호와 오심이 함께 생겼고, 아침에 일어나면 부종으로 인해 손을 쥐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밖에도 다른 증상도 보였다. 추위와 더위는 보통이었고, 수면과 식욕은 정상이었다. 평상시에는 소화력이 약해 트림이 잦았으나 한약 복용 후에는 더욱 소화력이 약화되어 오심이 심해진 상태였다.

또한 늦은 나이에 학업의 길에 들어서서 최근 1년 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환자였다.

 

▲ 변증

이 환자는 신체조건상 담음이 울체되기 쉬운 태음인 체질이다. 태음인은 체질상 순환기 계통이 약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담체의 가능성을 약간씩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학으로 인해 앉아 있는 시간과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반면 운동을 위한 시간은 줄어들다 보니 당연히 소화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소화관에서 발생된 담에 의해 현훈 증세가 발생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 위액은 1.5리터에서 1.8리터 정도 분비가 되는데 운동량의 부족과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過思傷脾) 소화력이 약화된다. 이렇게 되면 분비된 위액이 정상적으로 처리가 되지 않아 이것이 담음의 형태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담음으로 인해 귀의 전정기관 내의 림프액과 뇌척수액의 순환과 양의 변화로 현훈과 두통이 발생할 것이라, 필자는 생각했다.

또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소화관을 비롯한 모든 기관의 조직이 이완되고 순환이 저하되어 몸이 붓고 무거운 증세가 발생된다.

그리고 이 환자가 다른 한의원에서 복용하였던 육미계열의 보약은 그 성질이 무겁고 점도가 높기에 소화기에 더욱 부담을 주어 현훈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들었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환자의 병인은 운동부족과 함께 과도한 집중 때문으로, 체열은 중, 체질은 태음인, 체격은 좋은 편이나 장부허실로 봤을 때엔 소화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체력은 중 정도이며, 신체상태는 소화관에서 발생된 담으로 인해 신체 부종과 신중, 현훈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늘굳쳐감’에서 ‘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조직이 병리적으로 이완 및 긴장도를 소실한 상태인 것이다.

 

▲치법 및 처방

이 환자의 경우, 약해진 소화력을 증강시켜주고 불필요한 담(痰)을 제거해주며 신체 부종을 일으킨 불필요한 체액 즉 음(飮)을 제거해 주면 현훈과 신중이 좋아질 것이라 보았다. 따라서 보비, 거담음 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소화불량을 겸한 현훈에 쓸 수 있는 처방으로는 반하백출천마탕을 위시하여 평진탕, 불환금정기산, 사수음, 육군자탕, 향사육군자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처방구성상 보기와 거담제로 구성된 육군자탕이 기본이 되고, 여기에 맥아, 신곡, 창출의 건비·소도제와 택사·창출의 이수제가 더해진 반하백출천마탕을 적방이라 사료되어 선방하였다.

 

▲ 투약 및 경과

평상시 담체의 가능성이 높은 태음인의 소화불량과 현훈, 신중, 오심에 반하백출천마탕 1배량 20첩을 처방하였다.

환자는 첫 봉지를 복용한 이후 “머리에 먹구름이 거치는 느낌이 들면서 현훈이 바로 소실 되었다”며 ”한약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계속 10일을 복용한 뒤에는 현훈은 소실되었고, 몸의 부종도 좋아졌다.

열흘 치를 모두 복용한 뒤, 환자가 재 복용을 원하여 다시 동방 10일치를 투약하였다. 복용 후 손의 부종 및 신체 부종, 소화 불량, 신중이 소실되었다. 이와 함께 체중이 줄어 들어 드는 효과까지 있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 환자에게 <방약합편> 중통 115보 반하백출천마탕 1배량 10일분을 2번에 걸쳐 복용토록 했고, 치료 예후는 무척 좋았다. 이 처방을 참고해 사용하면,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 처방의 구성은 반하·진피·맥아 각 6g, 백출·신곡 각 4g, 창출·인삼·황기·천마·백봉령·택사 각 2g, 건강 1.2g, 황백 1g, 생강 5편이었다.

이정근 교수(남가주 한의대)

 

 

<Copyrights ⓒ 메디컬 한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dvertisement -

More articles

- Advertisement -spot_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