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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 잇는 선 단위에 자침
간접자극으로 경혈 활성화
침 자극과 여기에 반응하는 인체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운기침법은 새로운 경혈체계다. 오장육부의 기혈 균형과 조정을 시야에 두고 병의 뿌리에 접근해 가는 전인치료의 관점을 견지한다. 자침방법이 전통 침법에 비해 쉽고 간단할 뿐만 아니라 효과가 좋은 운기침법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운기침 체계
침 치료는 기능이 위축돼 있거나 병적 상태의 장부를 ‘각성’시켜 인체의 면역력(자연치유력)을 강화, 스스로 질병을 물리치도록 하는 것이다.
인체내부의 장기에 병적 변화가 일어났다면 해당 장부는 활력이 떨어져 ‘꾸벅꾸벅 졸거나 잠에 빠져있는 상태’가 된다. 이 때 침으로 오장육부를 일깨워 제대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운기침의 체계는 이러한 각성효과가 탁월하다.
운기침은 기혈 흐름과 소통을 중시한 ‘선 자극’을 중요시 한다. 즉 복수의 경혈들을 잇는 선 단위의 자침을 통해 경혈들을 활성화시켜 장부를 각성시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경혈에 직접 시침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을 찾아 자침하는 간접자극 체계다. 자침행위가 일으키는 각성효과는 직접자극보다 간접자극이 훨씬 강력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 이는 수지침에서도 알 수 있다. 수지침은 직접 경혈을 자극하지 않고, 단 1mm 깊이의 약한 자극으로도 각성효과가 뛰어나다.
운기침의 자침 목적은 궁극적으로 ‘경혈의 자극’이 아닌 ‘경혈의 활성화’다. 이를 통해 기혈 흐름과 소통을 촉진한다.
운기침에서의 평자(平刺)는 점의 집합으로서의 선 자극이다. 선 단위의 자극은 선을 구성하는 점의 수효만큼이나 자극 강도가 강하며 각성반응 범위도 넓다. 겨우 2mm내외의 깊이로 끼워 넣는 침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봉한 박사는 이미 45년 전에 “인체의 경락은 체표든 체내든 모든 곳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고 설파하였다. 체표에 가까운 자극일수록 인체 내부와 외부세계사이의 정보와 에너지의 소통을 촉진하고 자극의 신호가 심부에까지 잘 전달된다.
▲평자의 효과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후두부의 중앙선<사진1>은 체침 상의 독맥이지만, 운기침에서는 임맥이 반응하는 임맥선에 해당한다. 표시된 자침구역은 강간혈에서 뇌호혈까지 평자(깊이 1.5~2mm)한 것이다.
여기에 자침하면 임맥 전체가 활성화되며 해부학적 위치에 해당되는 뇌 중추부에 강력한 각성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두상 내부의 정 중앙과 조응하는 소뇌-송과선-시상하부, 연수-뇌하수체-미간을 잇는 전 영역이 활성화 된다. 운기침에서는 이 구역을 특별히 임맥선상의 ‘간뇌선’이라 하고 기본방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것이 점자극과 선자극의 차이이며, 공간(3차원)반응을 일으켜 심부를 각성시키는 평자 효과가 뛰어나다. 때문에 평자의 효과는 경혈선이나 경맥선자극의 경계를 넘어 체강 내의 오장육부를 직접 각성시킨다. 특정 장부와 접해 있는 곳에 평자를 통해 경락의 루트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병처를 각성시키는 탁월한 방편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운기침의 경혈경맥선
운기침은 근간이 되는 경맥선(經脈線)과 경혈선(經穴線)이 있다.
경혈선은 복수의 경혈(점)을 한 번 자침으로 동시에 취혈하므로, 모든 병증의 치법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배유혈대(背兪穴帶)와 복모혈대(腹募穴帶) 자극을 목표로 한다. 경맥선도 마찬가지로 해당 경맥의 반응대(反應帶)에 한 번 자침(0.6촌 이상의 평자)으로 해당 경맥 전체의 기혈소통과 기능조절을 촉진하여 병증을 다스린다.
경혈선은 수평반응대(가로선, 수평자침)로 나타나며, 경맥선은 수직반응대(세로선, 수직자침)이다. 따라서 자침을 할 때도 경혈선은 수평으로 평자(좌에서 우, 혹은 우에서 좌로, 깊이 1.5~2mm), 경맥선은 수직으로 평자(위에서 아래, 혹은 아래에서 위로, 깊이 1.5~2mm)하는 식이다.
운기침의 자극대(刺戟帶)는 경혈선의 경우 주로 배유혈(背兪穴) 반응대 25개, 복모혈(腹募穴)반응대 23개를 합쳐 모두 48개다. 이 경혈선의 중심에 세로 방향으로 임∙독맥과 이들 옆을 흐르는 방광경, 신경과 위경 및 비경의 반응대 4개 등 6개의 경맥선(經脈線)이 흐른다.
또 경혈선과 직접 교차하는 몸통의 경맥선과는 별도로 좌우 수족을 흐르는 12경의 반응대 등 18개의 경맥선을 합하여 총 66개의 경맥경혈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외경혈선은 자율신경선1(이첨상방 1촌지점에서 양백혈방향으로 1촌 평자, 눈썹과 평행선), 자율신경선2(인당선, 인당혈상 0.5촌에서 인당혈하 0.5촌까지 평자), 간뇌선(강간혈에서 뇌호혈까지 평자), 이비선1(영향혈과 관료혈을 잇는 선의 0.7촌위), 이비선2(두임읍투목창), 이명선(귀뒤 귓구멍의 수평반응대) 등의 6개가 있어 총 72개로 구성된다.
이는 기존 제침의 360개 경혈보다 간단히 구성되어 있어 배혈도 편하다. 또한 자침법 자체를 보아도 운기침이 채택하는 평자는 직자(直刺)와 사자(斜刺)가 갖는 사법(㵼法)의 성격이 아닌 보법(補法)의 성격이 강하므로 활용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운기침의 경혈경맥선은 A, B, C, D 등 4개 구역이 있다. A경맥은 경추부(풍부혈에서 대추혈 구간), B경맥은 흉추상부(대추혈에서 지양혈 구간), C경맥은 전두엽과 두정엽(신정혈에서 백회혈 구간), D경맥은 후두엽(백회혈에서 풍부혈 구간)의 반응대를 총칭한다.
이 네 경맥 중 A경맥과 C경맥이, 그리고 B경맥과 D경맥의 반응범위가 일치한다. 서로 호환되는 경맥이다. 따라서 경혈선 및 경맥선의 명칭이 같으면 기능과 작용이 같으므로 한 군데에만 자침하면 된다.
A경맥과 C경맥은 주로 방광경상의 유혈대에 해당하는 인체 후면의 반응대를 대표하고 B경맥과 D경맥은 인체 전면의 모혈과 원혈 등의 반응대의 집합이다.
백광인(한국 운기침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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