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조량이 줄어드는 환절기엔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다. 사진©Joseasreyes Stock Free Images & Dreamstime Stock Photos
의존성 높거나 자존감 약한 사람에게 증상 잘 나타나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우리 몸에서는 ‘멜라토닌’이란 호르몬 분비도 함께 감소하면서 우울증 증상이 악화되는 요인이 된다. 멜라토닌은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 광주기를 감지,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
병증으로서의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하다’는 감정을 넘어서며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극단적인 경우엔 죽음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 반면 초기에 전문가에게 제대로 진료받는다면, ‘마음의 감기’ 정도로 가볍게 지나는 양면성이 있다.
▲나도 혹시 우울증?
우울증(Depressive Disorder; 우울장애)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다양한 인지∙정신 및 신체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평생 증상을 겪을 확률이 15%이나, 여성은 25% 정도로 더 잘 나타난다.
주 우울증(Major Depression)은 일상에서 관심의 상실, 초조, 식욕부진, 불면이나 과도한 수면, 성적 충동 감퇴, 피로, 정신운동 동요, 절망감, 집중불능, 자살성 사고(suicidal ideation) 같은 증상을 보이는 주요 정서장애(major affective disorder) 중 하나다.
LA 코리아타운의 조만철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일반 감기보다는 폐렴이 더욱 심각한 질환이듯 일반 감기를 우울증으로 폐렴을 주우울증으로 각각 이해하면 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을까. 우선 집안 청소를 완벽하게 해 온 주부가 어느 날부터 집안이 전과 달리 지저분한데도 청소를 안 한다든지, 평소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어온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타인들의 전화와 만남을 피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남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병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살 시도자의 70%가 우울증을 호소했으며,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증상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진단해 도움을 주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행복한 상담실의 이현주 심리상담가는 “특히 자존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우울증을 타인에게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에서는 거의 이전과 다름없이 완벽하게 일을 하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남게 되면 증상을 드러내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대학병원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80% 정도가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못 이루고 일찍 깨거나 밤사이 자주 깨는 등 수면 장애가 있다. 또한 많은 경우, 식욕감소와 체중저하를 보이고 일부에서는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이 길어질 수 있다. 절반 정도의 환자는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에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약물 치료는 최소 6개월 이상
우울증 치료는 약물과 함께 상담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 치료의 경우, 좋은 항우울제가 많이 나와 있다.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약물은 정신이 멍해지는 등 부작용이 있었으나, 최신 약물은 이런 부작용이 적으며 충분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약물은 주로 작용하는 신경전달 물질 체계에 따라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억제제(SSRI)가 대표적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계열의 약물들이 개발돼 있다. 항우울제는 일반적으로 효능이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나타나므로 최소 4~6주 정도 복용해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 용량을 늘리거나 약물 교체 등으로 인해 호전 시까지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들은 환자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우울증이 호전되는 시기에 방심하는 경우, 자살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완전히 증상이 치료됐다는 전문의의 판정 없이 자신의 기분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한번 치료를 시작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울증이 잘 나타나는 성격
의존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 자신이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유능하다고 믿는 자아존중감(자존감, self-esteem)이 약한 경우, 우울증이 나타나기 쉽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이상 세상에 필요가 없다’, ‘사랑 받을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더 자주 우울증을 겪는다.
또 우울증 환자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에 나타나는 자살의 경우도 결국 자신을 벌주는 행위로 이해 가능하다. 이외에도 삶의 정확한 꿈과 목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성장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접고 적성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에서도 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현주 심리상담가는 “우울증 환자의 상담치료는 우울증이 나타나게 된 개인의 성격을 분석하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근본”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는 방법으로는 상담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누군가 나를 무시한다면 정확하게 상대방 행동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하고 그만 둬 줄 것을 요구한다.
또 자신을 늘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면 피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힘을 주는 사람과 만날 것을 권하는 방법 등이 있다. (도움말: 조만철 신경정신과 조만철 원장 Tel. 323-733-1111, 행복한 상담실 Tel. 213-738-5530)
조남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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