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미국을 뺀 다른 나라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고 CNN이 오늘(8일) 진단했다.
달러화 가치는 올들어 주요국 통화 대비 10% 이상 뛰어오르면서 20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는 세계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상대적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를 쓸어모은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 스텝’을 이어간 것도 달러화 몸값을 끌어올렸다.
이런 분위기가 미국인 여행객에는 뜻밖의 호재라고 CNN은 전했다. 가령 이탈리아 로마에서 밤 나들이에 나설 때 기존에 100달러를 준비했다면 지금은 80달러 정도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뺀 다른 나라와 다국적 기업은 복잡한 셈법에 직면하게 됐다.
국제 무역에서 달러화로 청구되는 비중이 절반 정도에 달한다는 점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나 제조 업체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각국 정부가 보유 외환이 부족할 때 부채를 달러화로 상환하느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경제가 취약한 국가에는 이미 타격에 노출됐다.
스리랑카는 달러화가 바닥난 와중에 대외 부채 상환이 겹치면서 결국 5월 국가 부도에 빠졌고, 외화 부족으로 생필품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민생 경제가 파탄 났다. 오랜 경제난을 겪는 파키스탄은 지난달 달러 대비 루피화 환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디폴트 고비에 섰고, 이집트도 달러화 부족,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비상에 걸렸다.
경제 연구소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은 힘겨운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달러화 가치가 0.6% 빠지긴 했지만 의미 있는 흐름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투자 자문사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는 최근 중단기로 볼 때 달러화 강세가 대체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국가 부도 도미노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또 신흥시장에서 터져 나온 위험 요인이 금융 생태계로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돈다. 관건은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이 얼마나 성장 동력을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두 경제 대국의 엔진이 실제로 꺼지기 시작한다면 신흥시장은 투자 엑소더스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로빈 브룩스는 미국이 침체에 빠지는지 여부가 결정타가 될 것이라며 이는 모두가 더 위험을 회피하려는 상황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