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놀라울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미 경제가 이 중에 하나의 충격은 견뎌낼 수 있겠지만, 이들 4대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어제(24일)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0일 금리 결정 회의 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요인에 대한 질문에 파업과 셧다운, 학자금, 장기간의 고금리, 고유가 쇼크를 꼽았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 경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린 상황에서도 소비 증가와 낮은 실업률 덕분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포드와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3대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파업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현재 제한적인 파업의 초기 영향은 미미하지만,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광범위한 공장 가동 중단이 지속되면 매주 경제성장률이 연율 0.05~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이 자동차 생산량을 줄이고 차량 가격을 상승시키며, 자동차 부품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UAW 조합원 약 1만3천 명은 지난 15일부터 디트로이트 완성차 조립공장 3곳에서 파업에 들어갔는데, 숀 페인 UAW 회장은 지난 22일 20개 주 38개 GM 및 스텔란티스 부품공급업체로까지 파업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미 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또다른 복병은 연방 정부 업무의 일시적 셧다운 우려다. 의회는 이달 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정부 노동자 약 80만 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시한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예산 법안 심의 권한을 쥔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내부의 극단적 강경론자들이 지도부와 이견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 휴가에 들어간 이들은 소비를 줄이고, 정부도 일시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덜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주간의 셧다운이 발생했을 때 약 30만 명이 휴가에 들어갔고, 미 의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4분기와 2019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0.1%, 0.2% 줄었다. 다음 달 1일부터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는 것도 미 경제에 부담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2020년 3월 교육부가 상환을 일시 중단한 이후 많은 대출자가 상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 팀 퀸란의 추산에 따르면 이는 앞으로 1년간 미국인들의 주머니에서 1천억 달러를 빼내 갈 수 있다. 이만큼의 자금이 다른 곳에 소비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WSJ이 마지막으로 거론한 악재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다. 학자금 대출과 함께 미국인들이 외식하거나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에 선물을 살 때 덜 쓰게 만든다. 올해 여름 70달러대였던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공급 부족 우려로 며칠간 90달러대로 급증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마저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견인하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더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
WSJ은 4대 악재 가운데 각각은 지나치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동시에, 특히 고금리로 이미 경제가 냉각되고 있을 때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업체인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대 악재와 관련해 경제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요인에 대한 4배의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다수 전문가는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지만 경기 침체는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분기 연율 3.5% 성장에서 4분기 0.6%로 급격히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성장률도 3분기 3.1%에서 4분기 1.3%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