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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pril 23, 2024

코로나 19, 이민정책 전면 중단에 숨겨진 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카드(영주권) 신규 발급을 6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업 종사자와 기술 인력 등 특별 비자를 받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악영향을 받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외국인에 돌리고 본질을 흐리려는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측은 현 정권이 이민 정책 변화에 코로나19를 남용한다며 강력한 비판을 했다. 이민 정책 강화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주장해오던 공약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이 불리해 질 때 마다 꺼내놓는 단골 카드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최근 4만 명을 돌파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는 2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암울한 분위기를 이민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영주권은 외국인이 특정 국가에서 제한 없이 거주하고 취업할 권리를 뜻한다. 미국 영주권은 초창기 영주권 증명서 색깔인 초록색에 착안해 그린카드라는 별명이 붙으며, 미국에서 그린카드는 매년 100만 건가량 발급돼 왔다. 2018년 미국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카드 발급자 중 70%가량은 미국 내 친인척이 있다. 또 채용을 위한 그린카드의 80%는 이미 미국에 임시로 거주하던 이들에게 발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을 통해 22일 영주권 발급 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게 일자리를 회복할 ‘엄숙한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 상황에 따라 중단 기한이 ‘아주 오래’ 연장될 수 있다고 더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미국인이 바이러스로 잃은 직장이 국외에서 온 새로운 이민자들에 의해 대체된다는 것은 틀리고 부정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싶으며, 앞으로도 더 보호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밤 “미국으로의 모든 이민”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재계 반발이 거세자 한발물러나 극단적 조치는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중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전에 트위터를 통해 밝혔던 정도의 조처는 아니었다. 60일간 이뤄질 이번 조처는 영주권자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임시 근로자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조처가 미국 내 공중 보건 상황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다.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검역하는 일이 이민자를 완전히 제한하는 것만큼이나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조처의 핵심은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 경제다. 대통령의 시선에선, 영주권자들은 미국 시민권자들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경제 위기가 오면 그들의 존재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시선을 바로 비판하고 있다. 이민자가 가져다주는 경제 이점이 비용보다 크며, 이는 미국을 지탱하는 원동력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제로 기꺼이 가져갈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행정 명령은 법원으로부터 제동 걸릴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기에도 여러 이민 관련 행정 명령이 법원에 의해 중단된 바 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평가는 1년 단위가 아닌 1달 단위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진영이 이민 중단과 같은 노력을 존중해 오는 11월 있을 재선에서 자신을 선택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박을 감행한 것을 수도 있다.

미국내에서의 반응은 대부분이 비난 일색이다. 국가이민포럼(National Immigration Forum)의 알리 누라니는 트럼프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미국 내 보건 인력의 17%, 간병인의 24%가 이민자”라며 이번 조처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고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것이 유감스럽다”고도 말했다. 미국이민자협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 역시 트위터로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사망률과 감염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본질을 흐리고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미국 최대 민권보호 감시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이민 전문가 안드레아 플로레스는 “외국인 혐오는 공중 보건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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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Kim
Brian Kim
Brian Kim has been at Medical Hani since 2013, and currently spends most of his time writing about the Policy & Insurance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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