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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8, 2024

김영일 교수의 『상한론』 육경병증의 변증논치와 경락 ⑤

△ 표를 다스리는 상한론 처방으로 장부병도 고칠 수 있다. 사진©Dollarphotoclub_marilyn barbone

 

상한육경, 경락학설과 밀접한 관계

표 다스리는 처방이 장부병까지 치료

 

『영추-해론』에 “십이경맥은 안으로 장부에 속하고 밖으로 체표에 이른다”고 했다. 육경변증의 명칭과 개념, 관련증후, 전후 혹은 수미, 표리 상관적 병리인식 등에서 볼 때, 상한육경은 경락학설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상한론에서 표를 다스리는 처방들이 적지 않게 내부의 장부병까지 치료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 계지탕

계지탕 적용범위는 외(체표)로는 기육이나 근육과, 내(장부)로는 비위 및 간에까지 미친다. 마황탕은 밖으로 피부와, 내로는 폐에 미친다. 양자 모두 태양병 처방으로 수∙족태양과도 연관된다.     

상한 6일 섬어(헛소리), 광소(狂笑), 두통, 유한(有汗), 대변불통, 소변 약간 많은 편 환자-모든 의사들은 승기탕을 주장했는데, 이사재(명말∙청초 명의)만 맥이 떠있고 크다(부대맥)며 중경의 말을 인용했다.

“상한(傷寒), 불대변육칠일(不大便六七日), 두통유열(頭痛有熱), 소변청자(小便淸者), 지불재리(知不在裏), 잉재표야(仍在表也). (한겨울이니 계지탕 처방)” 

그러자 모두가 놀라며 “헛소리에 미친 듯 웃는 광소는 양성(陽盛)인데, 계지가 들어가면 큰일날 것”이라 했다. 

반면 이사재는 “땀이 많으면 정신이 흐려져 헛소리가 나오는 것이고, 비록 변비지만 복중에 괴로운 증상이 없으니 영위를 조화시키면 필시 나을 것”이라며 계지탕을 처방했다. 밤이 되자 섬어, 광소가 모두 그치고 이튿날 대변도 통했다. 『이사재 의안(醫案)』

▷ 필자평어: 의안에서 부맥, 두통, 자한 등은 태양병이다. ‘섬어, 광소, 대변불통’은 양명병같지만, 소변이 맑으므로 이사재는 여전히 태양표증으로 봤다. 섬어, 광소는 신지병(神志病)으로 뇌와 관련하는데, 족태양방광경은 뇌와 연락하므로 정신질환과도 관련 있다. 대변불통 역시 풍한이 피모에 묶여 폐의 숙강공능에 영향을 끼치니, 표리가 되는 대장전도공능이 실상된 소치다.

 

▲ 마황탕

2000년 가을 원발성 고혈압이 있는 37세 농촌 부녀가 폭노(暴怒)로 인한 뇌주망막하강출혈로 48시간 혼미, 의식이 깬 후 갑자기 시력장애가 왔다. 한전(寒戰), 해역(咳逆), 무한(無汗). 검사결과 노골(顱骨)내 혈종, 양쪽 안저 출혈, 수종이 있었다. 

안과명의 진달부의 안질환 육경변증대법에 따르면 “대개 안질환이 외상없이 폭맹(暴盲)된 것은 한사가 소음에 직중하고 모공이 폐색된 소치이니 마황부자세신탕을 써서 온신산한(溫腎散寒)해야 한다. 부자는 소음의 리(裏)를 온양하고, 마황은 태양의 표를 개방, 막힌 땀구멍을 소통시킨다. 세신은 소음으로 직입하여 한사를 외부로 끌어낸다”고 했다.

환자가 추워 떠는 한전, 무한에 체격도 장대한 걸로 보아 단지 표실증이지 소음과는 무관하다. 이에 마황탕 한 첩을 복용시키고, 이튿날 재진하니 간밤에 땀이 나면서 소변량이 매우 많아 8시간만에 약 3000ml나 나왔다. 새벽이 되자 두통과 목주창통(目珠脹痛)이 모두 그치고, 목적도 사라졌으며 혈압까지 정상으로 회복됐다. (중국 이가 선생의 제자경험)

▷ 필자평어: 마황계지제의 혈압상승부작용은 현대약리에서 이미 정론으로, 뇌혈관질환에 금용이다. 마황탕으로 고혈압을 정상화시킨 것은 놀랍다. 결국 영위실조를 조절해 치료한 것인데, 마황탕에서 발전한 『고금록험(古今錄驗)』 대, 소속명탕으로 중풍혼미를 치료했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손사막 또한 소속명탕을 복용해 자신의 중풍을 치료, 『천금요방』에 수록하며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모든 풍증에 다 효험이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 갈근탕

항배강통은 목덜미와 등이 뻣뻣하며 동통을 수반한다. 항배는 태양경이 지나는 부위로 태양병과 관계되며 대개 무한에는 갈근탕, 유한은 계지가갈근탕을 쓴다. 모두 계지탕에 갈근을 더한 것인데 다만 전자는 표실증이므로 마황이 있다.

항배강통은 체표부위에 속하는 기육, 근, 맥, 골이 모두 연관하며 경추병과 관련 있다. 사기가 태양경을 침입하면 경맥운행이 불리해져 진액을 체표에 부포할 수 없다. 이에 기근이 영양을 잃어 항배강통이 발생한다.

태양병은 태양의 위기 개방 공능실조로 위양이 막히면 영음 또한 울체 되는데 갈근탕을 쓴다. 태양의 위기 관폐 공능실조로 위기불고(衛氣不固)하면 영음이 외설되는데 계지가갈근탕을 쓴다. 태양병의 기근 병변 역시 위기의 개관 공능실조로 기인한다.

남경 상한론 전문가 진역인의 치험례를 살펴보자. 34세 사마귀가 있는 남성 환자는 20년 넘게 치료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전신 사마귀, 발바닥까지 펴져 주행도 힘들며 항배강통이 있고 목을 돌리면 소리가 들린다. 설질홍, 태박황. 

진씨는 열독이 혈분에 박결(搏結)하고, 담어(痰瘀)가 기부(肌膚)에 막힌 소치라 변증했다. 이에 갈근 의이인 판람근 모려 도인을 각 15g씩 처방했다. 탕제로 하루 한 첩씩 3주를 복용하자 사마귀가 작아져 걷게 됐다. 계속 3주를 더 복용하니 전신 사마귀가 사라지고 두터워진 발바닥피부도 말끔해졌다. 경추병도 함께 사라졌다.

▷ 필자평어: 갈근은 비위로 귀경하고 체표로 양기를 끌어올려 승양해기(昇陽解肌) 한다. 태양병의 기근에 뭉친 사기를 잘 소통시켜 항배강통을 치료하는 전문 약이다. 의이인은 건비이습하고 『신농본초경』, 『본초강목』에서 근골병변인 풍습비를 잘 치료한다. 경추병의 병기는 담습어열이 항배의 기육근골에 뭉쳐 태양, 태음(비), 양명(위)및 독맥과 연관이 있다.

모려는 연견산결(軟堅散結)하여 경추병 담어조락(痰瘀阻絡)에 의한 항배강직등을 치료한다. 활혈거어약인 도인은 갈근, 모려와 합하여 해기활락(解肌活絡) 작용을 한다. 담습어혈이 오래면 열독이 있고 경추병은 무균성염증이 있으니 판람근으로 청열해독하면 소염지통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진씨 경험에 따르면 경추병에 본방을 응용 시 판람근이 없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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