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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5, 2024

이정근 교수의 후세방 치험례 ⑦

△심한 기핍 상태의 환자에게 ‘고진음자’로 치료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진©Dollarphotoclub_pathdoc

 

과도한 신경을 써서 기핍해진 여성 환자의 치험례

 

필자의 후세방의 처방 선방의 기준은 『빈용 처방 101』의 저자 감천 이종대 선생의 ‘상태의학’에 준한다. 상태이론은 인체의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병리 체계를 이해하는 이론이다.

이번 달에는 지난 호에서 소개하였던 ‘대조환’과 관련된 치험례이다. ‘대조환’은 대응과 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기능으로 환원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추위에 노출됐을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피부를 수축시키는 것을 ‘추위에 대한 대응’이다. 이후 피부수축 → 혈관수축 → 혈류 감소 → 순환장애 과정은 발열과 혈관 확장을 통해 피부 온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주는 ‘조환’이다.

다음은 대응 후 조정은 되었지만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조정을 위한 에너지 소모가 많아 심한 기핍의 상태 된 여성 환자를 고진음자(상통 34보)로 치료한 치험례이다.

 

▲ 형태 및 과정

이 환자는 골격이 다부진 열성 소양인이었다. 아들의 사춘기로 인해 과도한 신경을 쓰면서 아이들의 학업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 생긴 심한 기핍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주증상 및 참고 사항

먼저 환자는 기운이 너무 없어 땅으로 꺼질 것 같은 상태로, 기운이 없어 아들의 과격한 행동에도 자주 놀라고 불안했다. 그 때문인지 이전에는 없었던 두통까지 발생하였다.

또한 스트레스가 생기면 약간의 안구진탕증(눈의 초점이 의도하지 않게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당연히 이 환자는 장거리 운전을 아주 힘들어 했고 괴로울 정도였다.

상기 환자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으로, 복부는 전체적으로 물렁하지만 단중 압통이 있었다. 게다가 방광염에 걸린 이후에는 밤에 자다가 말고 소변을 보러 가기도 했다.

반면 식욕이나 소화는 좋은 편이었다.

 

▲변증

이 환자는 열성 소양인의 체질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몸은 외부 환경에 대해 대응하려는 기전을 보유하는데, 이것은 각 개인의 체질과 에너지 량, 대처 방법, 성정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환자는 사춘기 아들과 보이지 않은 기 싸움을 많이 하면서 다량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전신을 긴장하여 즉각적인 대처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몸이 힘들어지게 된다.

즉 에너지가 결핍되고 긴장으로 인해 전에 없었던 통증들이 발생하게 되며 특히 취약했던 부위에서 통증을 쉽게 느끼게 된다.

체질 소인을 살펴볼 때, 이 여성은 대처 능력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동시에 아이들의 학업 일정을 맞춰 같이 움직여 줘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이 많았다. 외향적인 소양인이라도 기력이 부족한 기핍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었다.

 

<환자의 증상 요약>

 

-병인: 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

-체열: 상, 체질: 소양인, 체격: 좋다

-장부허실: 소양인의 체질적인 소인으로 보아 신허

-체력: 좋았으나 현재는 많이 떨어진 상태 

-신체상태: 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외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며 신체가 대응 후 조정과 환원이 되지 않은 상태

 

 

▲치법

소양인의 특성상 정의 소모가 많기에 보정 치법을 기본으로 하여 기핍으로 인해 열적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또한 체열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다스리기 위해 청열이 가미되면서 보기을 하면 적합하리라 생각하였다.

 

▲처방구상

소양인의 보약으로는 육미지황탕을 비롯하여 형방지황탕, 팔미지황탕, 녹용대보탕, 고진음자, 우귀음 등이 있다.

이 중 육미지황을 기본으로 하여 거원전이 포함되어 있고 두충, 파고지, 당귀의 자윤제와 황백, 오미자의 청열, 수렴제로 구성된 고진음자가 합당하리라 사료되었다.

고진음자는 음양구허에 쓰는 처방으로 자한, 두통, 맥약, 해수 등에 사용하며, 허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거나 정력이 약해지고 밥맛이 없어지는 증상 등에도 쓴다.

기본적으로 육미지황증에 기허가 있는 몸이 따뜻한 소음성소양인이나 소양인에게 적합하다.

흔히들 처방하는 십전대보탕과 팔물탕과 다른 점은 산약, 산수유, 파고지, 오미자 등의 보정, 수렴성 약재가 포함되어 있어 나이가 들면서 인체 기능이 감소하고 점액성 체액이 부족해지는 것을 보기, 보정, 자윤시켜 몸을 보하는 처방이다.

 

▲투약 및 경과

열성 소양인의 심한 기핍을 목표로 고진음자 1배량 20일 분을 투약하였다.

이 환자가 약을 복용한 후에 땅으로 꺼질 것 같은 기분과 운전시 피곤함 등 상기 증세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 환자에 투약했던 내역을 소개하자면, 『방약합편』 상통 34 고진음자 1배량 20일분으로, 숙지황 6g, 산약/ 인삼/ 당귀/ 황기/ 황백 각 4g씩, 진피와 복령 각 3.2g씩, 두충과 감초 각 2.8g씩이었다. 또한 백출/ 택사/ 산수유/ 파고지는 각 2g씩, 오미자는 2g을 넣었다.

이정근 교수(남가주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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