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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3, 2024

최락완 교수의 한의철학 ④

△ 사진©Dollarphotoclub_g0b

 

동양의 주역 및 불교사상과 연계성 있어

한의학적 진단과 침법과도 통해

 

‘프랙탈(Fractal)’은 부분이 전체를 닮는 자기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반복 순환하는 도형이나 구조를 이른다. 이 용어는 프랑스 수학자 만델브로트(Benoit B. Mandelbrot)가 1975년 ‘쪼개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프랙투스(frāctus)’에서 따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저서 『자연의 프랙탈 구조(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에서 해안선 길이에 의문을 품었다.

영국의 울퉁불퉁한 해안선 안에 굴곡진 해안선이 계속되고, 잣대 크기에 따라 전체 해안선 길이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아주 작은 잣대를 사용하면 해안선의 길이가 무한대의 길이가 되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이렇게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프랙탈’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 이론의 역사

이러한 형상들에 관한 추상적 논의는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다.

칸토어 집합, 코흐의 눈송이,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등은 물론 17세기에는 라이프니츠(1646-1716)는 ‘모나드론’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우주는 무수한 모나드(단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개개의 단자 속에는 또 하나의 우주들이 들어있다는 이론이다.

이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 2세기경에는 이미 ‘미란다 팡하’ 또는 ‘미란다 왕문경’ 이라는 이색적인 경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도 동서양의 문물의 교류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라이프니츠가 동양의 주역을 응용하여 지금의 컴퓨터의 원조인 계산기를 발명한 것을 보면 그 이후, 동양의 사상들이 서양의 식자들에게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랙탈 이론은 엄밀히 말한다면 전혀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동양사상의 주역이론이나 음양이론 등을 사실상 서양에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인들은 형이상학인 것에 뛰어난 반면 서양인들은 그것을 가지고 현대에 들어와서 물리학적인 발전과 개발에 기여한 것이다.

 

불교사상과의 연관성

프랙탈을 쉽게 이해하려면 불교의 화엄사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된다. 가히 원조라고 할만하다.

화엄사상의 진수인 의상대사의 법성계의 구절 중에 나오는 구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중일체 다중일(一中一切 多中一),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고 많은 것 속에 하나 있으니, 하나가 곧 모든 것이고 많은 것이 곧 하나라네.”

“일미진중 함시방(一微塵中 含十方), 일체진중 역여시(一切塵中 亦如是). 한 티끌 속에 우주를 머금고 있으니, 모든 티끌 속에도 역시 이와 같네.”

이 모든 구절이 공간적인 프랙탈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무량원겁 즉일념(無量遠劫 卽一念), 일념즉시 무량겁(一念卽是 無量劫). 헤아릴 수 없는 먼 겁(劫)이 한 생각의 찰나이고, 한 생각의 찰나는 곧 헤아릴 수도 없는 겁이라네.”

이는 곧 시간적인 프랙탈을 설명하는 것이다.

화엄사상에서는 시공간의 프랙탈을 모두 다 망라해서 다룬다. 이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우선 이 이치를 일단 물리적인 면에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편하지 않지만 이것을 자세하게 파헤치고 늘어놓자면 두꺼운 한 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것 같다.

 

▲ 한의학적 접근

각설하고, 이러한 이론은 동양의 침법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침, 수침, 족침, 면침, 두침, 복침, 등은 인체의 각 부분이 전체를 표현한다. 즉, 얼굴 안에도 전신의 장기 및 조직과 기관에 상응하는 곳이 있으며, 손, 발, 귀에도 각각 그 국소 부위에 전신의 반응점이 존재하고 치료점도 존재한다.

모든 것은 혼재한다. 따라서 인체의 어느 한 장기나 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그에 상응하는 손이나 발, 귀의 일정 부위에 침을 놓아 자극하여 전신의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

침법에서 뿐만 아니라 진단법에서도 활용해보자. 고래로부터 관상, 골상, 수상 족상에 사용해 왔고 전문적인 한의학적 사진법에 활용된다.

면진, 설진, 수진, 안진, 맥진법 등으로 면진(面诊)은 얼굴을 상·중·하초로 구분하여 오장육부를 배속하며 색택이나 함몰, 융기, 종기 등이 나타나는 것을 가지고 진단한다.

다른 신체부위를 활용하는 방법도 대동소이 하다. 근래 각광받는 천골요법이란 것도 머리뼈(부분)를 미세하게 움직여 전신(전체)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침법으로의 적용

이것을 침법으로 국한시켜 보자면 황제내경이나 난경 등 고서에 나오는 상병하치, 좌병우치, 우병좌치, 하병상치, 남좌여우, 등 상대법으로 예부터 써 오던 바 새로울 것이 없다.

침법에서는 전식이론이라고 하는데 동씨침법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임상적으로 전체적인 이치를 잘 설명, 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수골 하나를 가지고서도 그 안에서 전체를 나누고, 장기를 나누고,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구분하여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어떤 혈위의 공효를 가지고 병증에 적용하는 정도를 넘어서 인체구조의 패턴을 연구하고 대응시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시된다고 하겠으나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더 나아가 몸과 마음의 대응관계, 상대성, 대대성, 등에 더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육체도, 육체의 건강과 질병도 마음과 서로 어울려 가면서 어떤 면에서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절망에 빠지게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고 무심히 지켜보면 인간과 우주 자연 전체가 하나의 틀로 이루어져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최락완 교수(사우스베일로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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