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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8, 2024

김영일 교수의 《金匱要略》 ①

△체질에 주목하면 환자의 여러 병증 치료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진©shutterstock_JinYoung Lee

 

병증의 체질 논치는 한 방제로 여러 병증 치료∙병리적 체질 정상 환원

체질 = 유전적 기초 + 환경 + 공능∙ 대사가 정형화된 특수상태

 

한의학의 여러 변증방법들이 각각 특성과 임상가치가 있어도, 주요대상은 이미 형성된 병증에 치중한다. 그러나 병증이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변증하기 애매한 병리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체질의 가치와 중요성이 나타난다. 체질의학전문가 광조원 교수(중국)에 따르면, ‘체질이란 유전적 기초와 환경 영향 하에 (경락장부의) 공능과 구조 및 (정기혈 진액의) 대사가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특수상태’를 말한다.

이는 종종 어떤 치병인자에 대해 쉽게 친화성향을 가지며 ‘체질의 이감성(易感性)’이라 한다. 또 어떤 병변 유형으로 쉽게 전화하는 성향을 ‘체질의 경향성傾向性)’으로 정의한다.

 

▲증과 체질의 구별

질병 발전 과정 가운데 ‘증(證)’은 어떤 한 단계의 병리변화의 본질을 반영한다. 이는 병인(病因), 병성(病性), 병위(病位), 사정성쇠(邪正盛衰)를 포함하고 있다.

체질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외사에 대한 체질적 친화, △병리변화에 대한 체질적 성향, △경락, 장부의 체질적 구조, △체질의 허실 등과 밀접하다.

여기서 증과 체질을 구별하면, 체질은 유전적이어서 발병 전후 모두 영향을 끼치는 반면, 증은 주로 후천적 요소와 관계하고 유전적 체질로도 제약을 받는다.

또한 증과 체질의 상이함은 병변 진행속도와 지속성에도 영향이 있다. 체질변화는 지속적이며, 상대적으로 정형적인 반면, 증은 단속적(斷續的)이며 일반적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보인다. 때문에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증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완만하고 일정한 시간을 요구한다.

병리체질(정상체질과 병증 사이의 과도상태)은 증을 형성하는 중요물질기초이다. 따라서 체질은 병증 형성의 전후 모두 병기(病機)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마디로 증이란 질병을 일으키는 어떤 원인과 조건이 유전적 체질에 작용해서 일어나는 병리반응이다.

임상에서 주목할 점은 치병원인이 제거된 후에 병증은 사라지지만, 병리체질은 여전히 잠재한다.

체질은 증의 의거이며, 증은 체질로부터 전화된 결과다. 임상 시에 병증만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병증 속에서 체질을 변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진단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변증논치(辨證論治)의 실천과정 중에서 체질을 중시해야만 하는 근본이유다.

 

▲체질 진단

체질진단은 면상(面象),설상(舌象),맥상(脈象),증상(證象) 등 사상진단으로 이뤄진다.

면상은 특히 면색(面色)에 치중하며, 《금궤요략(金匱要略)》에서도 “병색은 얼굴에 나타난다”고 했다.

설상은 설질(舌質)과 설태(舌苔)를 말한다. 장부 기혈은 모두 혀에 반영되므로, 병변 또한 설(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촌구맥은 12경맥의 축소판으로서, 진맥을 통하여 경락, 장부의 총체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증상’은 환자의 여러 증상 가운데 체질적 가치를 지닌 주증(主症)을 의미한다. 주의점은 병증에서 나타나는 각 증상들이 항상 체질을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체질인소는 일반적으로 증상에 내재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맥증(脈症)이 질병의 본질을 반영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성을 지닌다.

임상에서 ‘설맥불부(舌脈不符; 설상과 맥상이 일치하지 않음), ‘설증불부(舌症不符; 설상과 증상이 부합하지 않음)’ 등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병증치료 시 반드시 질병의 본질을 파악하며, 체질적 주증과 (상대적으로) 무관한 가상이나 겸증에 미혹돼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상한론》 통맥사역탕증(通脈四逆湯證)의 진한가열(真寒假热))에서 보이는 열이 바로 그러한 가상이다. 가상의 증이 (체질에 의해 반영되는) 증의 본질을 전부 엄폐할 수는 없으며, 치병은 반드시 증의 본질(체질)에서 구한다.

 

▲병리기전

체질의 병리기전은 음양(陰陽)을 ‘양강(兩綱)’으로, 한열허실표리기혈조습(寒熱虛實表裏氣血燥濕)을 ‘십요(十要)’로 한다.

양강십요는 ‘팔강(八綱)’에 기혈조습(氣血燥濕)을 더한 것으로, 모든 변증의 기초다. 질병 발생과 발전 과정 중 체질에 의해 반영되는 가장 기본적인 병리개괄이므로, 병증에 대한 체질병기 강요(綱要)로 삼을 수 있다.

한의학의 제 변증은 경락의 기혈운행을 통해서 상호 매개되어 있으니, 기혈도 체질형성과 밀접하다.

조습은 음양한열의 변화로서, 외감 및 내상의 온갖 질병이 연관된다. 석수당(石壽棠)은 “음허체질은 쉽게 조화(燥化)되고, 양허체질은 쉽게 습화(濕化)된다《의원(医原)》”고 했으니, 조습이 체질과 상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증과 논치

논치(論治)에 대한 과거 연구는 주로 병에 대한 종적 규율(縱的規律), 즉 변증에 중점을 두었다.

《금궤요략》 체계에서는 하나의 병에 수개의 증형(證型)과 처방이 있다. 동병(이증)이치(同病(異證)異治)는 이증의 근거가 바로 체질의 상이함에서 비롯된다는 체질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더욱 주목할 것은 《금궤요략》 병증과 논치 사이에는 종적 규율인 체질 또한 내포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병증과 논치가 있지만, 동일한 경락장부의 체질병기를 지닌 것은 모두 같은 처방을 쓴다.  

이는 《금궤요략》이 이병(동증)동치(異病(同證)同治)의 체질론적 인식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상한론》, 《금궤요략》 중 ‘소건중탕(小建中湯)’은 심계(心悸), 허로(虛勞), 복통(腹痛), 황달(黃疸) 등에 보이지만, 모두가 중양부족(中陽不足)의 한체질(寒體質)에 의해서 발생한 질병이므로, 소건중탕을 쓴다.

이밖에 동일한 체질병기의 한체질에서 야기되는 기타 여러 질병도 모두 소건중탕으로 조치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이병동가 체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말한다.

병증에 대한 횡적 연구(체질 논치)는 한 방제로 여러 병증을 치료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체질변별을 통해 병리적 체질상태를 정상 환원할 수 있다는 예방의학적 의의도 있다. (주: 필자는 2012년 9월 한국에서 개최된 제 16회 ICOM(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에서 본고와 관련, 영문 논문초록 발표)

김영일 교수(동국대 LA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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